용의자 얼굴 드러난 CCTV 놓고도 4일 지나 수사
경찰이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모(41)씨를 사건 발생 5일 만에 검거하는 데는 지하철역 폐쇄회로(CC)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초동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허위보고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 정도로 총체적 부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하교 시간을 기다린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가고 있다. 이날 일산신도시 일대에서는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 영향으로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고양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내아이 내가 지킨다”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하교 시간을 기다린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가고 있다. 이날 일산신도시 일대에서는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 영향으로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고양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하교 시간을 기다린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려가고 있다. 이날 일산신도시 일대에서는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 영향으로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고양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이후 경찰은 같은 날 오후 6시쯤 3호선 반대편 종점인 수서역에서 이씨가 하차하는 장면이 역시 CCTV에 찍힌 점을 파악해냈다. 경찰은 31일 인근 상가 등 탐문 수사에 나서 오후 8시30분쯤 서울 대치동의 한 사우나에서 이씨를 붙잡았다. 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수사한 지 하루 만에 싱겁게 끌어낸 성과였다.
S아파트 단지와 지하철역은 직선거리로 불과 5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대 경찰은 사건 당일 근처 수색에 나서 김모(51)씨를 용의자로 보고 검거했다가 별다른 혐의가 없어 풀어줬다고 밝혔지만 정작 김씨는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허위 보고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경찰이 사건 당일 현장감식을 해 지문 1점을 채취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본부는 지난 26일 사건 발생 직후 지구대 경찰의 연락을 받은 일산서 과학수사팀 경찰이 엘리베이터에서 지문 1점을 확보해 이틀 뒤 감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형사과 소속인 과학수사팀이 출동한 것에 대해 형사과장 등 지휘라인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경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결국 담당 경찰이 사건 당일 현장 감식을 하지 않고 있다가 뒤늦게 지문을 채취한 뒤 허위보고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일산경찰서를 방문해 경찰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영접을 나온 이기태 일산서장과 악수만 나눈 뒤 아무 말도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경찰서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수사 보고 자리에서 이 서장에게 “상식적으로 어린 여자아이에게 일어난 일이니 별일 아닌 것으로 간단히 끝내려는 경찰의 안일한 조치다. 미수에 그쳤기에 다행이지 더 (큰 일이)일어날 수도 있었다.”며 부실 수사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서울 윤설영·고양 이경원 황비웅기자 leekw@seoul.co.kr
2008-04-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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