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있는 구립 A어린이집은 폭이 5m도 안 되는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퇴폐 마사지 업소와 이웃해 있다.‘여대생 24시간 대기’ 등 낯 뜨거운 전단지가 어린이집 앞마당에 어지럽게 날린다. 학부모들은 6개월 전에 이런 전단지들을 모아 종로구청에 고발했지만 영업은 계속되고 있다. 이 어린이집에 여섯살 난 딸을 맡기고 있는 박모(35·여)씨는 “아이가 옆 건물에서 야한 옷을 입고 나와 담배를 피우는 여성을 보며 ‘엄마, 저 언니들은 누구냐.’고 묻는데 기가 찬다.”고 하소연했다.
●학부모 6개월전 고발했지만 버젓이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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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호텔, 퇴폐 이발소, 퇴폐 마사지 업소 등 성인위락시설이 어린이집 주변을 야금야금 침범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제도가 없어 학부모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행법은 유치원과 학교 주변의 유해업소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만, 어린이집 주변 규제는 없다. 요즘은 7세 어린이들도 유치원 대신 3∼4세부터 다니던 어린이집에 그대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충북 음성군 금왕읍 B어린이집 바로 앞에는 지난 7월 러브호텔이 생겼다. 학부모들은 2004년부터 러브호텔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지만 끝내 이를 막지 못했다. 서울 강북구 C어린이집 옆에 있는 러브호텔도 학부모들의 반대 속에 신축돼 성업 중이다. 종로 A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최모(36·여)씨는 “아이들이 유해업소를 잘 모른다고 하지만 부모들은 늘 불안하다.”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비슷한데 왜 어린이집 주변의 유해업소는 막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치원은 학교보건법의 적용을 받지만,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학교보건법은 학교와 유치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m까지는 ‘절대정화구역’으로 어떤 유해시설도 들어설 수 없다. 또한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까지는 ‘상대정화구역’으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받은 후 유해시설을 세울 수 있다. 대상 업종은 호텔·여관·단란주점 등 성인위락시설뿐만 아니라 고압가스 저장소 등 위험시설도 포함된다. 그러나 영유아보육법에는 어린이집 주변 50m내에 가스충전소 등 위험시설을 설치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유흥업소에 대한 규제는 없다. 위험시설 규제도 2005년 이후에 설립된 시설에만 적용되고, 위반시 벌칙조항도 없다.
●영유아보호법엔 성인시설 규정 없어
영유아 보육 관련 주무부서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영유아보육법에 ‘어린이집을 위해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포괄적 조항이 있으므로 업소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규제하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는 학교보건법에는 익숙하지만 영유아보육법은 잘 모르는 데다 포괄적 적용도 힘들다고 주장한다. 업소 인허가권을 가진 종로구청 위생보건과 관계자는 “학교보건법에 어린이집은 해당되지 않아 주변 업소를 규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종로의 경우 상업지역이어서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육시설 연합회 최창한 회장은 “주점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퇴폐 업소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이희정 사무처장은 “최근에는 어린이집에서 유치원 교육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어린이집 주변의 환경도 학교, 유치원과 동일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경주 신혜원기자 kdlrudwn@seoul.co.kr
2007-12-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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