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급들 ‘大혼돈’

2등급들 ‘大혼돈’

황비웅 기자
입력 2007-12-08 00:00
수정 2007-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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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제 때문에 꿈꿔 왔던 의대를 포기하게 됐습니다.”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7일, 대원여고 앞에서 만난 재수생 조모(19·여)씨는 “모든 과목이 1등급이고 수리 가형만 한 개를 틀려 2등급이 나왔다.”면서 “대학 다니면서 학과 수업을 소홀히 하면서도 연대 의대를 가려고 수능을 준비했는데 이 등급이면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갈지 삼수를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면서 고개를 떨궜다.

승자 없고 패자만 잔뜩 있는 등급제

수험생들에게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었다. 모든 과목이 1등급이 나온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등급제로 나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문제를 틀려 수리 가형 2등급을 받은 학생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대원여고 3학년 신정현양은 “수리 가형만 3개 틀려서 3등급이 나오고, 다른 과목은 다 1등급이 나왔다.”면서 “3개 틀렸는데 3등급이라니 믿을 수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학원에서 1등을 하던 친구는 다른 것은 다 만점을 맞았는데 수리 가형에서 4점짜리 한개 틀려서 2등급이 나와 버렸다.”면서 “496점 총점이면 아무 곳이나 골라서 갈 수 있었는데 등급제로 힘들게 됐다. 이건 좀 심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총점은 높으나 한 두 과목에서 집중적으로 틀려 등급이 낮아진 학생들은 재수를 결심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남의 휘문고 3학년 백승호군은 “수리·외국어 등 대부분이 1등급인데 언어영역만 4등급이 나와 대학 선택에 큰 제한을 받게 됐다.”면서 “모든 대학에서 언어영역을 필수 과목으로 넣는데 4등급이 나왔으니 목표로 했던 고대 경영학과가 물 건너갔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수리 나형은 1등급 컷이 낮은데 100점을 받으나마나인 것 아니냐.”면서 “등급제가 싫다.”고 말했다.

모의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하기도 했던 이승엽(18)군은 “언어가 약 2점 차이로 2등급이 나왔고 평소 거의 1등급을 받았던 사회탐구 두개 과목이 간발의 차이로 2∼3등급이 나왔다.”면서 “지금 점수로는 재수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너도 나도 “등급제 피해자”

피해자라는 생각은 중·하위권도 마찬가지였다. 명확한 점수 확인 없이 가채점 결과만 가지고 자신의 등급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휘문고 김준우(18)군은 답지에 잘못 옮겨 적는 바람에 2등급이 나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언어·수리·외국어가 모두 2∼4점차로 2등급이 나왔다.”면서 “외국어영역에서 답지보고 답을 적을 때 잘못 적은 게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잘 안 나온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교사들 진학지도 ‘비상’

교사들은 억울해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진학 지도할지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반포고 박복현 3학년 부장교사는 “수리 가형에서 한개를 틀려 2등급이 나온 학생들은 한 문제 실수로 인생을 달리하게 될 수도 있게 된 셈이다.”면서 “난이도 조절이 제대로 안돼서 운이 많이 작용하게 된 것이어서 재수를 하겠다는 심정이 이해가 안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휘문고 3학년 1반 김형권 담임교사도 “억울한 것은 문제가 쉽게 출제돼 평소 모의고사보다 상대적으로 등급이 하나씩 떨어진 학생들인데 이들에게는 소신지원을 권할 생각이다.”면서 “등급제로 진학지도가 더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서재희 신혜원 황비웅기자 s123@seoul.co.kr

2007-12-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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