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상 다음 회기에 여야 합의로 국회에 개정안을 다시 제출하면 되지만, 대선·총선이 겹치는 정치 일정 등으로 미뤄 볼 때 사실상 17대 국회에서의 연금 개혁은 물건너 간 셈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연금 개혁안이 16대 국회에 이어 다시 폐기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치권에 대한 비난여론이 득세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측이 대선을 앞두고 표계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선 대선에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더 내고 덜 받는’방식의 연금 개혁을 주장했다가 손해를 봤고, 노인표를 철저히 의식했다는 얘기다.
외견상으로는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연금 급여의 10% 수준의 기초연금제 도입안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5% 급여안을 고수하며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나라당은 충분한 재원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3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한 법안이 사실상 폐기돼 지금으로선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며 “나머지는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현행 연금 체계로는 2047년 이전에 기금이 고갈된다는 데 있다. 급속한 고령사회화가 진행되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연금 고갈 시기는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는 60세가 넘는 연금 수급자가 유족연금을 받게 될 경우에 지금까지는 한 개만 선택해 받도록 돼 있던 것을 고쳐 유족연금은 20%를 받도록 하되 나머지 연금은 전액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책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