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괴물’ 지하철 안전위협

‘광고 괴물’ 지하철 안전위협

입력 2007-03-05 00:00
수정 2007-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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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판에 점령당한 대피장소, 신형 안내판은 수개월째 광고만’ 무분별한 서울시내 지하철 광고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승강장과 지하철 통로 등을 점령한 광고판 때문에 승객 불편뿐 아니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 지하철역을 직접 다니며 문제점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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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는 사람들로 가득찬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승강장에서 회사원 김광석(35)씨가 힘겹게 고개를 숙여 행선 안내 게시기를 보고 있었다. 안내 게시기가 천장에 새로 설치된 안내판에 가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사진 왼쪽). 김씨는 “광고만 나오는 안내판 때문에 정작 필요한 정보가 나오는 안내판은 볼 수가 없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반대편 승강장에 서있던 이은영(27·여)씨도 “수개월째 꼭 걸음을 옮겨서 안내판을 확인하고 있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을지로입구역을 직접 걸으며 확인해 본 결과 40개 승차대기선 중 16개 대기선 앞에서 열차 도착과 행선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해 을지로입구역 등 2호선 20개역에 설치된 신형 알림판은 사당역을 제외하면 수개월째 제 기능을 못하고 광고판으로만 쓰이고 있다.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이순자(57·여)씨는 선로와 선로 사이에 불이 꺼진 채 서있는 전광판 광고판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선로에 떨어지면 재빨리 건너편으로 피해야 할 텐데, 저런 게 가로막고 있으니….”

시청역 선로 중간에는 10여개의 광고판이 장벽처럼 서 있다.

3호선 고속터미널역은 차음벽과 광고판으로 선로 중간이 아예 막혔다.

승객 한영주(28·여)씨는 “어느 청년이 선로에 추락한 사람을 중간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데려가 살려낸 광고가 떠오른다.”면서 “긴급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가운데가 막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4일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1∼4호선 지하철역 중 선로와 선로 중간을 광고판이 가로막고 있는 곳은 약 30개역으로 2001년부터 분수대, 차음판, 동영상 광고판 144개가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분수대 광고판 80개는 지난달 22일로 계약이 끝났다. 동영상 광고판 60대 역시 오는 13일이면 계약 기간이 끝나지만 철거 계획은 아직 잡혀 있지 않다.

서울메트로측은 “신형 안내계시기는 광고판이 아니라 홍보와 안내를 동시에 하는 것으로 구형과 교체 작업 중”이라면서 “재정 상황 때문에 시스템을 완비하지 못해 교체를 못했을 뿐이다. 이달 중 교체작업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로 중간 광고에 대해서도 “선로 사이가 완전히 막힌 곳은 차음벽이 달린 4개역뿐이며 스크린도어가 설치되는 2010년까지 모두 없앨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이수범(46) 교수는 “외국에서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꼭 광고물을 설치해야 한다면 기둥과 기둥 사이가 아닌 기둥 벽면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도시공학과 오승훈(50) 교수도 “선로에 광고를 설치하려면 지상에서 사람 키 높이 이상으로 해 대피에 방해를 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글 서재희 박창규기자 s123@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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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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