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이 어떻게 법에 저항하나” 항변

“법관이 어떻게 법에 저항하나” 항변

임광욱 기자
입력 2007-02-01 00:00
수정 2007-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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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위반사건 재판을 담당했던 현직 판사들은 실명 공개 등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대부분 할말이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실명공개가 판사 비판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실명이 공개된 양승태, 이홍훈 대법관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과 이공현·민형기 재판관 등의 이름이 공개된 헌법재판소도 “공식입장은 없다.”며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일부는 솔직한 심정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77년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 서영수씨에게 징역 1년 등을 선고한 재판부의 배석판사였던 김진기 대구고법원장은 “실명 공개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 “단순히 몰랐던 국민에게 알리는 의도라면 상관없지만 그 당시 판결을 모아서 공개하는 것은 단순히 알리는 의미보다는 여론몰이식·인민재판적 성격이 강한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와 의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순수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사법적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30년,100년 뒤에 지금의 판결에 그 당시의 잣대를 들이대면 문제가 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나. 가치관과 문화가 바뀌면 법적 환경도 바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판사들이 저항하지 못한 것은 비난받을 수 있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시대의 잣대로 돌아 보면 그렇지만 당시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긴급조치가 적용된 것으로 국민투표에서도 9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면서 “어떻게 법을 다루는 법관이 이에 저항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어 “판사는 유효한 실정법에 따라 재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만약 단독판사였다고 해도 당시 실정법에 따라 판결했을 것이고 법관의 기준을 지금의 잣대로 비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1978년 육본 보통군법회의에 있을 때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정치를 하고 있다.”는 대화를 한 군인에게 징역 2년 등을 선고한 재판부에 속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이호원 서울가정법원장은 “77∼80년 20사단에서 군법무관으로 근무했는데,78년에는 군검찰관으로 그 해에는 재판을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어떻게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옆 사단에 지원나가기도 한 것 같은데, 그때 그 재판을 했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자료가 공개되면 무슨 이야기인지 자신도 꼭 보고 싶다면서 “기억을 못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 그건 달게 받겠지만 30년 전 이야기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오세빈 대전고법원장과 권남혁 부산고법원장은 관계자를 통해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김효섭 임광욱기자 newworld@seoul.co.kr

2007-02-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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