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발길 돌리게하는 ‘창덕궁 관람료’

[생각나눔] 발길 돌리게하는 ‘창덕궁 관람료’

이재훈 기자
입력 2006-09-12 00:00
수정 2006-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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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33)씨는 지난 7일 오랜만에 창덕궁 관람에 나섰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3000원 정도면 들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매표소 직원은 목요일은 ‘자유관람일’이라며 1만 5000원을 요구했다. 입장권을 사 고궁을 둘러보긴 했지만 높게 책정된 요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A씨는 “창경궁이나 덕수궁에 비해 턱없이 높은 데다 가이드조차 없는 자유관람에 1만 5000원은 터무니없는 폭리다. 시민들을 문화유산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그릇된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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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석달이 지난 창덕궁 자유관람이 방문객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효용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15일 창덕궁을 목요일에 한해 자유롭게 개방하면서 입장료를 국내 고궁 중 최고액인 1만 5000원으로 책정했다. 문화재청과 창덕궁측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지만 자유관람 이용객은 일반관람객의 5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11일 창덕궁 관리소에 따르면 목요일 자유관람을 실시한 뒤 이달 7일까지 자유관람객은 모두 6930명으로 하루 평균 533명이었다. 같은 기간 일반관람객은 20만 537명으로 하루 2747명꼴이었다. 자연공간의 보존 가치 때문에 79년부터 가이드의 안내에 따른 1시간20분 코스 시간제 관람을 원칙으로 해오다 올 6월 목요일을 ‘자유관람일’로 정하고 개별관람을 허용한 것이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자주 고궁을 찾는 대학원생 박수연(26·여)씨는 “일본의 고궁은 오히려 가이드가 있으면 요금이 높다. 창덕궁 자유관람은 일반관람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높아 오히려 관광객의 발길을 멀리하게 하는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창덕궁 관리소 관계자는 “외국의 비슷한 고궁 입장료를 비교했고 일반관람료 3000원에 옥류천과 낙선재 특별관람료 각각 5000원, 사진촬영비 2만원의 일부분을 합쳐 적정한 선에서 가격을 정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궁릉관리과 관계자는 “관람료가 너무 낮은 상태에서 개방하면 60년대 개방 초기와 같이 적정 인원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문화재 보호에 어려움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입장료를 높여 문화재를 보호하겠다는 건 관람객들의 문화 향유권을 외면한 발상이다. 사전예약제나 사전신청제로 관람객 숫자를 제한하는 등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6-09-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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