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가지 고민은 하기 싫은 숙제”
“하나도 안 피곤해요. 밥도 잘 먹고 잠도 푹 잤거든요. 아침에 차 안에서 1시간쯤 숙제하느라고 머리가 아팠는데 골프 치고나니까 말끔해요.”‘1000만달러의 소녀’,‘움직이는 광고판’,‘타임지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등 미셸 위(17)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그를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1일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 SK텔레콤오픈 기자회견에서 만난 미셸 위는 영락없는 10대 소녀일 뿐이었다.
29일 전세기편으로 1년7개월만에 부모님의 나라를 찾은 미셸 위는 난치병 아동을 위한 자선기금 전달과 프로야구 시구 등 숨돌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미 녹초가 됐을 법도 했지만, 몸에 딱 달라붙는 검정 셔츠와 바지에 하늘색 조끼를 멋들어지게 받쳐입은 그는 마냥 즐겁고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로 회견장에 들어섰다. 순대와 떡볶이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연예인들에 대해 쉴새 없이 수다를 떨며 숙제라면 질색을 하는 한국의 여느 여고생과 다를 바 없었다.
미셸 위는 “순대랑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하도 많이 갖다 주셔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먹어댔다.”면서 “이젠 돼지족발이 좋아요. 많이 사주세요.”라며 재치있게 말문을 열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학업을 게을리하지 않는 미셸 위는 이번 방문에도 ‘공부 보따리’를 빼놓지 않았다. 입국 다음날 짬이 날 때마다 영어 과제물을 했고, 이날 아침에도 연습라운드를 돌기 전에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리포트를 썼다.
어린 나이에 쏟아지는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너무 일찍 ‘명사’가 된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이 미셸 위를 스트레스의 덫에서 구해낸 듯했다. 그는 “남 모르는 고민 같은 것은 없어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마음대로 재미있게 사는 걸요.”라고 말했다.“딱 한 가지 고민이 있긴 해요. 언제 숙제가 끝날까요. 진짜 하기 싫거든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미셸 위의 한국어 실력은 기대 이상이다. 한국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을 즐겨보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자막 없이도 대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미셸 위는 “아빠, 엄마는 내 한국어 실력이 유치원 수준이라고 하시는데 그것보단 조금 낫죠.”라면서 “읽기와 듣기는 괜찮은데 쓰기는 소리나는 대로 받아쓰는 수준이라 어떨 땐 하나도 안 맞아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제2의 미셸 위’를 꿈꾸는 많은 꿈나무들을 위해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야채도 많이 먹어야 하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즐기면서 골프를 치는 게 가장 중요하죠.”라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인천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06-05-0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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