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자 웃음무대 하늘로 옮기다

시사풍자 웃음무대 하늘로 옮기다

홍지민 기자
입력 2006-03-13 00:00
수정 2006-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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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웃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인간이 동물에 비해 우월한 이유도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80∼90년대 ‘코미디계 황제’로 불리며 정상의 인기를 누렸던 개그맨 김형곤이 지난 11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46세. 숨지기 하루 전 고인이 미니홈페이지에 남긴 ‘대한민국이 웃는 그날까지’란 글은 세상에 고하는 유언이 되고 말았다.

고인은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H헬스사우나에서 목욕을 마치고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한 뒤 화장실에 갔다가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을 발견한 헬스트레이너 등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고 성동소방서 119구급대가 출동했다.11시50분쯤 인근 혜민병원 응급실으로 옮겨졌을 때 고인은 이미 숨져 있었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급성 심장마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TBC 개그콘테스트에서 입상하며 데뷔한 고인은 ‘공포의 삼겹살’로 불리며 심형래, 최양락, 임하룡 등과 함께 전성기를 구가했다.KBS ‘유머1번지’ 등의 프로그램에서 정치풍자 개그를 선보였고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 등을 통해 ‘잘돼야 될 텐데∼’‘잘될 턱이 있나∼’를 유행시키는 등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연극 ‘등신과 머저리’‘여부가 있겠습니까’‘병사와 수녀’, 뮤지컬 ‘왕과 나’, 영화 ‘회장님 우리 회장님’ 등에도 출연했다.2000년에는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기도 했다. 지난해 웃음철학을 담은 에세이집 ‘김형곤의 엔돌핀코드’를 출간했으며, 오는 30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1987년 KBS코미디대상을 포함, 백상예술대상 코미디언 연기상, 예총예술문화상 연예부문 공로상 등을 받았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11일에 이어 고인의 명복을 비는 수많은 동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2일에는 영국에서 유학중이던 아들 도헌(13)군이 귀국, 조문객을 맞았다. 고인이 생전 함께 호흡을 맞추며 활약했던 김보화 김정렬 등이 조문한 데 이어 90년대 말 뇌경색 판정을 받아 몸 일부가 마비된 조정현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직접 빈소를 찾아 눈길을 끌었다.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된다. 고인은 1999년 3월 가톨릭대학에 시신 기증 등록을 했다. 한편 영결식은 13일 오전 7시 삼성서울병원에서 대한민국 희극인장으로 치러지며 영정과 유품은 개그맨 양종철, 탤런트 김무생, 영화배우 이은주, 가수 길은정 등이 안장된 경기 고양시 청아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6-03-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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