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개선 ‘뒷짐’ 무관심한 이통사

제도개선 ‘뒷짐’ 무관심한 이통사

이재훈 기자
입력 2006-02-23 00:00
수정 2006-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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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군에 사는 주부 A(41)씨는 이달 초 휴대전화 요금고지서를 받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평소 4만∼5만원이던 요금이 무려 108만원이나 나왔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열흘 동안 무선인터넷 게임을 한 게 화근이었다. 이동통신사에서는 “이용료에 대해 충분히 안내를 한 만큼 우리 책임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A씨가 소비자보호원에 민원을 내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들어가자 “30만원 정도 깎아 주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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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요금이 370만원이 나와 자살한 학생의 아버지가 22일 서울 광화문 KT건물 앞에서 6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휴대전화 요금이 370만원이 나와 자살한 학생의 아버지가 22일 서울 광화문 KT건물 앞에서 6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무선게임 20분 받았더니 27만원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인터넷 게임으로 ‘요금폭탄’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전북 익산에서 중학교 3학년 강모군이 휴대전화 게임비가 370여만원이 나온 것을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송모(35·회사원)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11월10일 휴대전화를 구입해 초등학교 5학년 아들에게 롤플레잉 게임을 내려받아 쓸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게임을 받는 데 20분가량 걸렸다. 다음날 사용내역서를 확인했더니 무려 27만 5000원이 부과돼 있었다. 송씨는 “내역서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한달 뒤 고지서를 보고서야 엄청난 요금이 나왔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네트워크 게임, 예고 없는 요금폭탄

무선인터넷 콘텐츠의 이용료를 둘러싸고 소비자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휴대전화 네트워크 게임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무선인터넷 게임 이용료는 ▲데이터 통화료와 ▲정보이용료 등 2가지로 청구된다. 문제는 데이터 통화료다.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네트워크게임은 게임이 진행되면서 이용자들 간에 계속 게임정보가 교환되기 때문에 많게는 몇 초에 몇백원씩 요금이 부과된다. 패킷(512바이트)당 2.5원을 내야 하지만 게임 종류에 따라 순간적으로 초고속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가 개인 휴대전화로 자동 다운로드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연 얼마가 데이터 이용료로 부과될지 알 수가 없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무선인터넷은 철저하게 데이터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지만 소비자들은 통상 시간 개념으로 생각한다.”면서 “이용시간이 얼마 안돼 요금이 별로 안 나올 것으로 착각했다가 낭패를 보고 통신위에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이동통신사들의 이용료 안내

그러나 SK텔레콤과 KTF,LG텔레콤 3대 이동통신사는 성의있는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데이터 통화료가 4만원,10만원,13만원을 초과했을 때,KTF는 4만원과 8만원을 초과했을 때 문자로 이를 알려주는 게 전부다. 그나마 LG텔레콤은 비상식적인 요금이 나오면 가입자에게 직접 전화로 알려주고 전화를 안 받으면 자동으로 정지시킨다.

이동통신사들은 “데이터 통화와 콘텐츠별로 각각 정액요금제가 마련돼 있으니 부모들이 청소년들에게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주의를 줘야 한다.”고만 말할 뿐이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는 책임회피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정보감시단 김민선 사무국장은 “한 해 수천억씩 벌어들이는 이동통신사가 너무 무책임하다.”면서 “현재 정보이용료와 데이터 통화료로 뭉뚱그려져 있는 요금을 콘텐츠별로 상세하게 고지하고 비상식적인 요금이 나오면 즉각 부모에게 알리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6-02-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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