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신고 건수가 14일 현재 2000건을 넘어선 가운데 개인정보 무단 도용에 관한 불안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서울신문 14일자 1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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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중순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돼 있는 직장 동아리에 들어가려다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해당 업체에 확인해 보니 6년 전 누군가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으로 아이디를 개설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A씨는 부랴부랴 다른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무려 3개 사이트에서 자신도 모르게 아이디가 개설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물적 피해’를 받지 않아 해당자를 찾아 처벌하지는 못했지만 ‘언제 어디서 내 행세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정보 도난 사건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정보 침해신고 건수는 모두 1만 8206건으로 2004년보다 640여건 늘었으며, 올 1월에만 2131건이 추가로 신고됐다. 이 가운데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 타인 정보의 훼손·침해·도용사례’가 54%(9810건)로 절반을 넘었다.‘이용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도 1140건으로 전년(564건)보다 102.1%나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주민등록번호 도용을 처벌하거나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피해자들의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8월 ‘주민등록번호를 단순 도용만으로도 3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상태이지만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리니지를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가입한 사람의 처벌 여부도 미지수다.
박경태 행자부 주민제도팀 사무관은 “주민등록번호 정보를 타인에게 팔았을 경우 현행 처벌이 가능하지만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사이트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는 처벌이 안 된다.”면서 “리니지의 경우에도 게임을 하고 아이템을 주고 받은 것만으로 처벌이 가능할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신분 확인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2006-02-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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