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스쿠니 다룬 다큐 ‘안녕, 사요나라’ 공동연출 가토 구미코 감독
“고이즈미 총리, 일본 대표로서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요?”
한국 감독 김태일(42)씨와 함께 연출한 작품 ‘안녕, 사요나라’가 개막작으로 상영된 제5회 인디다큐페스티벌에 참가한 일본의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가토 구미코(30).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일본법원의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최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고이즈미 총리를 향해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전쟁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함이라면 다른 방법이 있겠지요. 진정 일본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래서는 결코 안 됩니다.” 이번 작품도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부당함을 일본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이웃나라가 화내는 이유조차 몰라요. 야스쿠니 신사가 전쟁을 위한 도구였다는 것, 또 거기에 숨겨진 진실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합니다.” ‘안녕,’는 일제에 징용됐다가 야스쿠니에 합사된 부친의 유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벌이는 한국여성 이희자(63)씨와, 그를 돕는 일본인 후루카와 마사키(43)의 이야기.
두 사람의 발길을 쫓으며 매듭되지 않은 양국의 과거, 그리고 같이 풀어나가야 할 미래를 조명한다. 이미 오사카, 도쿄에서 일본 관객을 상대로 시사회를 가져 “감동했다.”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야스쿠니 문제를 새롭게 돌이켜볼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원폭 피해자였다. 역사 문제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어찌보면 운명적인 일. 대학에서 개발경제를 공부했으나, 우연히 필리핀에 갔다가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전환점을 맞았다.“국가간에는 이해가 걸린 문제가 많지만, 사람 사이에는 국경이 없어요. 서로 마주한다면 갈등은 사라질 겁니다. 다큐를 통해 여러 나라에 걸쳐진 ‘벽’을 허물고 싶습니다.”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그는 조만간 재일 한국인의 애환을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 2·3세인 친구들이 한국과 일본, 어느 곳에서도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고뇌하는 모습을 자주 지켜봤기 때문이다.
홍지민 윤설영기자 icarus@seoul.co.kr
■ 시카고大 스마트미술관 리처드 본 수석 큐레이터
“한국 전통미술에 푹 빠졌어요.”
미국 시카고대 스마트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리처드 본(56)의 명함 뒷면에는 용이 새겨진 조선시대 분원백자 사진이 실려있다.
한국 전통미술에 심취한 나머지 명함에도 한국 도자기 모양을 새긴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권인혁)이 한국문화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박물관·미술관의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매년 개최, 올해로 7회째를 맞은 ‘해외 큐레이터 워크숍’에 참가한 그를 만났다.
본 큐레이터는 1972년 시카고에서 열린 한국미술 전시회 관람을 계기로 한국미술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의 고미술, 회화, 도자기, 불교미술, 공예, 고분유물 등 매년 달라지는 워크숍 주제에 흥미를 느껴 2000년부터 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가해온 열성파다.“평소 시카고대학내 동양문화 프로그램이 많아 관심을 갖고 있던 중 한국미술품을 접하면서 빠져들게 됐습니다.”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물관내 상당수의 중국·일본 미술품과 한국 미술품 3점으로 구성된 ‘동아시아 코너’를 확대,1980년대 초 드디어 ‘한국컬렉션’ 전시를 시작했다.1910년대부터 대학이 소장해온 17세기 분청 등 고려·조선시대 도자기와 회화 등 20여점으로 조촐하게 출발했지만 구입 및 기증을 통해 소장품이 60점 정도로 늘어났다.
그의 노력으로 한국컬렉션은 삼국시대·통일신라 유물과 서예·불교회화, 현대작가의 작품까지 갖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게 됐다.“국제교류재단 워크숍에서 배운 지식으로 전시물의 수준을 높이고 시대별 대표유물을 갖추게 됐지요. 후배 큐레이터와 관람객에게 한국미술에 대한 지식을 나눠줄 수 있어 보람이 큽니다.” 요즘은 조선말기∼근대기 한국미술을 공부하고 있으며, 은퇴한 뒤엔 한국관을 별도로 하나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8일 개관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해서는 “신설된 동아시아관이 인상적”이라면서 “주변국가들의 문화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중앙박물관이 아시아 문화의 중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고이즈미 총리, 일본 대표로서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요?”
한국 감독 김태일(42)씨와 함께 연출한 작품 ‘안녕, 사요나라’가 개막작으로 상영된 제5회 인디다큐페스티벌에 참가한 일본의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가토 구미코(30).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일본법원의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최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고이즈미 총리를 향해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전쟁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함이라면 다른 방법이 있겠지요. 진정 일본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래서는 결코 안 됩니다.” 이번 작품도 야스쿠니 신사참배의 부당함을 일본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이웃나라가 화내는 이유조차 몰라요. 야스쿠니 신사가 전쟁을 위한 도구였다는 것, 또 거기에 숨겨진 진실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합니다.” ‘안녕,’는 일제에 징용됐다가 야스쿠니에 합사된 부친의 유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벌이는 한국여성 이희자(63)씨와, 그를 돕는 일본인 후루카와 마사키(43)의 이야기.
두 사람의 발길을 쫓으며 매듭되지 않은 양국의 과거, 그리고 같이 풀어나가야 할 미래를 조명한다. 이미 오사카, 도쿄에서 일본 관객을 상대로 시사회를 가져 “감동했다.”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야스쿠니 문제를 새롭게 돌이켜볼 계기를 마련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그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원폭 피해자였다. 역사 문제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어찌보면 운명적인 일. 대학에서 개발경제를 공부했으나, 우연히 필리핀에 갔다가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전환점을 맞았다.“국가간에는 이해가 걸린 문제가 많지만, 사람 사이에는 국경이 없어요. 서로 마주한다면 갈등은 사라질 겁니다. 다큐를 통해 여러 나라에 걸쳐진 ‘벽’을 허물고 싶습니다.”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그는 조만간 재일 한국인의 애환을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 2·3세인 친구들이 한국과 일본, 어느 곳에서도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고뇌하는 모습을 자주 지켜봤기 때문이다.
홍지민 윤설영기자 icarus@seoul.co.kr
■ 시카고大 스마트미술관 리처드 본 수석 큐레이터
“한국 전통미술에 푹 빠졌어요.”
미국 시카고대 스마트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리처드 본(56)의 명함 뒷면에는 용이 새겨진 조선시대 분원백자 사진이 실려있다.
한국 전통미술에 심취한 나머지 명함에도 한국 도자기 모양을 새긴 것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권인혁)이 한국문화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박물관·미술관의 한국미술 담당 큐레이터를 대상으로 매년 개최, 올해로 7회째를 맞은 ‘해외 큐레이터 워크숍’에 참가한 그를 만났다.
본 큐레이터는 1972년 시카고에서 열린 한국미술 전시회 관람을 계기로 한국미술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의 고미술, 회화, 도자기, 불교미술, 공예, 고분유물 등 매년 달라지는 워크숍 주제에 흥미를 느껴 2000년부터 이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가해온 열성파다.“평소 시카고대학내 동양문화 프로그램이 많아 관심을 갖고 있던 중 한국미술품을 접하면서 빠져들게 됐습니다.”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물관내 상당수의 중국·일본 미술품과 한국 미술품 3점으로 구성된 ‘동아시아 코너’를 확대,1980년대 초 드디어 ‘한국컬렉션’ 전시를 시작했다.1910년대부터 대학이 소장해온 17세기 분청 등 고려·조선시대 도자기와 회화 등 20여점으로 조촐하게 출발했지만 구입 및 기증을 통해 소장품이 60점 정도로 늘어났다.
그의 노력으로 한국컬렉션은 삼국시대·통일신라 유물과 서예·불교회화, 현대작가의 작품까지 갖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게 됐다.“국제교류재단 워크숍에서 배운 지식으로 전시물의 수준을 높이고 시대별 대표유물을 갖추게 됐지요. 후배 큐레이터와 관람객에게 한국미술에 대한 지식을 나눠줄 수 있어 보람이 큽니다.” 요즘은 조선말기∼근대기 한국미술을 공부하고 있으며, 은퇴한 뒤엔 한국관을 별도로 하나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8일 개관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해서는 “신설된 동아시아관이 인상적”이라면서 “주변국가들의 문화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중앙박물관이 아시아 문화의 중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5-10-3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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