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다보면 길에서 많이 배우죠”

“걷고 또 걷다보면 길에서 많이 배우죠”

나길회 기자
입력 2005-06-13 00:00
수정 2005-06-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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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9시 한강둔치 서울 망원지구. 휴일아침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조깅 행렬 사이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머리부터 흐른 구슬땀이 밤새 앉은 이슬과 섞여 온몸이 흠뻑 젖었다. 잠도 없이 걷기 시작한 지 만 19시간째.

25시간 동안 100㎞를 걷는 ‘울트라 도보’ 참가자들이
25시간 동안 100㎞를 걷는 ‘울트라 도보’ 참가자들이 25시간 동안 100㎞를 걷는 ‘울트라 도보’ 참가자들이 완보 6시간을 남긴 12일 오전 10시,75㎞ 지점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이들은 11일 오후 3시에 시작된 ‘울트라 도보대회’ 참가자들이다. 인터넷 다음카페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cafe.daum.net//dobojourney)’이 마련한 행사다.12시간 동안 50㎞ 완보와 25시간 동안 100㎞ 완보 중 선택할 수 있다.100㎞ 걷기에 참가한 사람들은 여의도를 출발, 한강을 따라 양재천, 광진교 등을 지나 양화대교, 성산대교 등을 거쳐 이날 오후 4시 여의도에 다시 돌아왔다.

도보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대회에 도전한 조현정(31)씨는 “뛰는 데 소질이 없어 시작한 걷기에 푹 빠졌다.”면서 “그냥 걸으면 마냥 좋다.”고 말했다. 군 제대 후 아버지와 함께 나온 박재영(22)씨는 “힘들다.”를 연발하면서도 “길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대회 참가자는 55명.50㎞에는 37명이 도전,12일 새벽 32명이 1차 결승점(장평교)을 끊었다.100㎞에 도전한 18명 가운데에는 한 명의 낙오자도 없었다. 다 걸은 사람들은 ‘완보증’을 받았지만 순위나 기록은 없다.‘먼저’나 ‘빨리’보다는 ‘끝까지’에 의미를 뒀기 때문이다.

100㎞ 중 고비는 75㎞ 지점. 이곳에서 다들 신발끈을 고쳐맸다.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부르튼 발을 식힌 뒤 붕대를 맸다. 카페를 처음 만든 박용원(54)씨는 “50세 되던 해 서울에서 삼천포까지 402㎞를 8일 하고도 반나절 만에 걸었다.”면서 “걷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회를 처음 구상한 사람은 카페 회원 김희곤(34)씨. 함께 원없이 걸어보자는 뜻에서 지난해 10월 대회를 마련했다. 식사와 간식을 4차례 제공하면서도 회비는 단 1만원. 김씨는 “걷기가 좋아서 걷는 건지, 걷다 보니 좋아진 건지는 모르겠다.”면서 “다들 왜 걷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위해 걷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목포를 거쳐 서울까지 총 900㎞를 걸어봤다는 김수복(35)씨는 걷기에 대한 철학을 풀어놓았다.“왜 걷냐고 물으면 처음엔 그냥 ‘미쳐서’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죠. 등산과 달리 걷기에는 정상이 없습니다. 길이 있는 한 끝없이 걸을 겁니다.”

글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05-06-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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