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벙커 언제 뭣에 쓰던 걸까

여의도벙커 언제 뭣에 쓰던 걸까

입력 2005-05-06 00:00
수정 2005-05-0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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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낮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마포대교로 향하는 왕복 8차로 도로 위 중앙 화단. 지난달 발견된 지하벙커가 있는 곳이다. 잔디로 덮인 화단 위에 폭 1.5m, 높이 5m의 철문이 보인다. 어른 주먹만한 자물쇠를 열고 성인남자 3명이 철문을 뚜껑 열듯 들어올리자 뿌연 먼지와 함께 ‘비밀의 문’이 열린다.

서울 여의도공원 옆 왕복 8차로 한가운데 지하에서 발견된 벙커.철문을 열자 아래로 계단이 나 있고(왼쪽) 지하에는 화장실과 소파가 놓인 넓은 공간이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서울 여의도공원 옆 왕복 8차로 한가운데 지하에서 발견된 벙커.철문을 열자 아래로 계단이 나 있고(왼쪽) 지하에는 화장실과 소파가 놓인 넓은 공간이 있다.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문 아래로 긴 계단이 나 있다. 계단을 따라 7m 정도 내려가자 칠흑같은 어둠 속에 지하 밀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단 위에는 누군가가 구겨 버린 1997년 6월23일자 일간지가 발견됐다. 당시는 여의도 광장 공원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던 때로 마지막 사람의 흔적으로 추정된다.

입구 오른쪽에는 20평 정도 되는 공간에 화장실과 세면장이 있었다. 또 어른 서너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도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놓여 있었다. 복도를 따라 왼쪽으로 5m쯤 들어가니 160평 규모의 지하공간이 나타났다. 그 앞쪽 가운데에는 간이용 의자와 서류를 얹을 수 있는 받침대도 있었다. 남성용 입식변기 3개와 세면대 2개, 좌변기 1개를 갖춘 화장실도 있었다. 수십명쯤 동시에 머물러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벽면에는 전원 콘센트 수십개와 전화기 200여대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전화단자함이 설치돼 있었고 고인 물을 빼낼 수 있는 집수정 시설도 발견됐다. 지하공간 맨 위쪽과 아래쪽에는 각각 폭 10m정도의 철문이 있다. 이 문은 여의도 굿모닝신한증권 앞 인도와 연결된다. 출입문 세 곳 중 한 곳은 보도블록으로 막혀 있다.

지하 비밀벙커가 발견된 것은 지난달 중순. 경인·마포로 중앙버스전용차로 공사를 하던 ㈜다원건설 인부들이 여의도공원 12번 출구 근처 도로 중앙화단에 환승센터를 세우려다 이 의문의 벙커를 찾아내 서울시에 알렸다.

서울에서 이런 벙커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현장관리를 맡고 있는 이풍조 동신기술개발 감리단장은 “여의도 광장이 조성된 1970년대에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 “국군의날(10월1일) 행사에 참여한 대통령과 정부 고위인사들의 긴급 대피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화단자함 2곳의 봉인 날짜가 똑같이 9월29일로 기록돼 있는 것도 국군의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현돈 국방부 대변인은 “수도방위사령부에 확인한 결과 벙커와 관련된 어떠한 기록도 없었다.”면서 “이 벙커는 군에서 관리해온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70∼75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등을 지낸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서울시도 이런 벙커를 만든 일이 없다.”면서 벙커와 서울시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현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는 물론 서울대 공대 부근에도 이런 벙커가 있다는 것은 일부 공무원들에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예정대로 이곳에 여의도버스환승센터를 세우고 이를 편의시설로 개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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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오현주 서울시의원 “특사경 KICS 의무화… 이행 대책은 어디에”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2005-05-06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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