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숨은 信不者… 대책 겉돈다

꼭꼭숨은 信不者… 대책 겉돈다

입력 2005-04-14 00:00
수정 2005-04-1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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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잇따라 내놓는 신용불량자(신불자) 대책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지만 신불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특히 신불자들이 꼭꼭 숨어버리는 바람에 대책만 요란한 상황이다. 이달 말부터 ‘신용불량자’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지면 신불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신불자 대책은 정부쪽에서 더 이상 관여하지 말고, 미국의 신용회복기관(민간사설기구) 등과 같이 민간으로 넘겨 신용시장 원리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불자대책, 빈수레만 요란

은행연합회가 최근 집계한 신용불량자수는 360만명이다. 이 가운데 신용카드와 관련된 신불자 수는 243만여명 수준이며, 나머지는 순수하게 금융권에서 빚을 진 사람들이다.10대가 2000여명,20대가 63만여명,30대가 114만여명,40대 이상이 183만여명 등이다. 이 가운데 2002년 10월 신용회복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40여만명이 채무재조정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당초 400만명에 육박하는 신불자 가운데 10%만 원금 및 이자 탕감, 상환유예 등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일부터 접수하고 있는 생계형 신불자 회생대책에는 불과 2000여명만 호응하고 있다.

●효과 미미한데 ‘이유있다’

정부의 대책이 겉돌고 있는 근본 원인은 신불자들의 행방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채권자인 은행 등에서 신불자에게 채무재조정과 관련, 전화 또는 우편으로 접촉을 시도해도 대부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채무재조정을 받으러 오는 사람 외에는 신불자의 주소가 실제 거주지와 다른 경우가 많다.”며 “시중은행에서 신불자에게 보낸 우편물의 절반 이상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편물이 배달은 되어도 당사자가 이를 받아보지 않는 예도 허다하다.

홍보 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최근 ‘공익광고협의회’를 통해 TV홍보(공익광고)를 하려 했지만, 관련 부처간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흐지부지된 상태다. 신용회복위원회는 TV 등을 통한 홍보가 큰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5월 신불자 70만명을 일괄 구제해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설립된 한마음금융(1차 배드뱅크·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에 이어 자산관리공사가 주체가 돼 내달 초 2차 배드뱅크(생계형 신불자 대상)가 설립된다. 하지만 자산관리공사가 금융권이 보유한 기초생활수급자의 부실채권을 겨우 1∼2% 수준에서 전량 매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권이 반발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채권이 아무리 회수하기 어렵다 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강제로 전량 회수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은행권은 차라리 그대로 갖고 있고 싶어한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해법은 없나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우선 정부가 신불자를 줄이려는 실적에 급급할 경우 정상적인 신용시장마저 타격을 받게 된다.”며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정용화 부원장보도 “금융기관의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선하고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와 체계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신금융업협회 이보우 수석연구위원은 “신용불량자에 대한 잦은 정책적 구제는 금융회사의 자율적 판단을 제한해 시장기능 왜곡과 신용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 정부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창균 연구위원은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개인채무자 회생법을 통해 법적시스템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불자의 상당수는 경기회복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정리되겠지만 극빈자와 청년층, 영세 자영업자 등은 적극적인 대책이 적용돼야 한다.”며 “특히 영세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경기가 회복돼도 자발적으로 연체상태를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일시적 채무재조정 프로그램만으로는 또다시 연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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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철 김미경기자 bcjoo@seoul.co.kr
2005-04-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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