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인터넷이라는 파급력이 엄청난 매체와 함께 자연발생한 제3의 언어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존 언어의 시각에서 인터넷 언어를 재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인터넷 언어는 고유한 특성을 무시한 채 우리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일 뿐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나아가 한글 전체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쪽의 주장을 살펴본다.
박용찬 연구원 박용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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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찬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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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한글 파괴
“인터넷 언어가 한정된 공간에서만 사용되지 않고 일상 언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박용찬 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은 N언어가 오프라인으로 번지면서 한글을 오염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성인들은 일상어와 구분짓지만 청소년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인터넷 사용이 확대될수록 이러한 현상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어·일어에서 기호까지 뒤섞인 N언어가 구어나 문어 대신 사용되면서 심각한 우리말 파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박 연구관은 “초기의 세대간 의사소통 문제는 인터넷 사용인구가 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다.”면서 “오히려 인터넷 보급으로 인한 언어 오염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초기 인터넷 언어는 단순 축약이나 띄어쓰기를 무시하는 정도였지만 현재는 한글 해체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그는 “외계어처럼 한글 왜곡 정도가 심한 것을 보면 인터넷 언어를 제3의 언어로 인정할 만큼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일상어와 인터넷 언어를 구분하는 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연구관도 인터넷 언어를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일부 인터넷 언어는 한글 어휘를 풍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에는 기껏해야 한자의 조합으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지만 인터넷에서는 ‘꽃미남’처럼 순우리말로 된 어휘가 생겨난다.”면서 “일상어와 구분할 수 있다면 인터넷 언어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윤태진 교수 윤태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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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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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래서 제3언어
“인터넷 언어는 한글의 파괴라기보다는 또 다른 언어의 출현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윤태진 연세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오프라인의 시각과 잣대로 온라인 세상을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구어와 문어의 중간형태를 띤 제3의 언어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메신저나 채팅방을 이용해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의사소통의 수단은 ‘글’이지만 의사소통의 본질은 ‘말’에 가깝다는 것이다.
때문에 단어가 축약되고 맞춤법이 무시된 채 소리나는 그대로 글자를 적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문자는 지금까지 오프라인에서 사용해왔던 기록과 문서 보관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변하면 언어가 변한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 간에 뜻이 안 통할 정도로 언어를 변형시키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에도 긍정하지 않았다.
요즘 10·20대들이 즐겨 사용하는 외계어는 오프라인의 유행어·은어와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표준어에서 일탈한 유행어와 은어가 존재하면 그것이 존재하는 원인이 논란이 되어야지 존재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특정 세대만 공유할 수 있는 언어가 생겨나는 것은 그 집단간의 내적 결속력을 상징하는 것이고 집단과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집단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2005-01-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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