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 산문집 ‘두부’ 등을 통해 분단 이전 개성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던 박씨는 28일 반세기 만에 고향 나들이에 나섰다. 국내기업중 두번째로 개성공단 시범단지에서 가동에 들어간 에스제이테크 준공식에 초청받은 것이다.
박씨를 포함한 남한 방문단 250여명은 준공식 후 개성공단에서 10㎞쯤 떨어진 개성시내로 들어가 선죽교와 고려민속박물관을 둘러보고 자남산여관에서 개성음식으로 오찬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성공단∼개성시내간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중이어서 통행이 어렵다는 북측의 통보로 계획이 취소됐다. 지난 15일 리빙아트 준공식을 비롯, 올해 개성공단내 주요 행사에 참가했던 남측 방문단이 빠짐없이 개성시내를 둘러본 것에 비춰 불운한 결과였다.
이로써 박씨의 귀향은 산문집 두부에서 “나는 완행열차를 타고 개성역에 내리고 싶다. 아무의 주목도 받지 않고 초라하지도 유난스럽지도 않게 표표히 동구 밖을 들어서고 싶다.”고 썼듯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박씨는 개성공단내 현대아산 사무소 3층 옥상에서 멀리 송악산을 내다보는 것으로 고향땅을 지척에 두고 돌아서야 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박씨는 “버스에서 내리지는 못하더라도 시내를 딱 한번만이라도 둘러 보았으면…”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잠시 공부하던)호수돈 고녀(여고) 건물이 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화강암으로 지어진 아주 아름다운 건물이었다.”고 회고했다.
개성 공동취재단·김인철기자 ickim@seoul.co.kr
2004-12-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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