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다 위험한 경로당

집보다 위험한 경로당

입력 2004-10-02 00:00
수정 2004-10-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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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경로당을…
1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경로당을… 1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경로당을 나선 노인들이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진입로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걸음을 내딛고 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노인의 날을 하루 앞둔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S아파트 노인정.매일 20여명의 동네 할아버지·할머니가 찾아오지만 지하에 있는 노인정은 비만 오면 물이 찬다.이모(78) 할머니는 “물이 차서 누전이 된 적도 있고,겨울에는 위층의 수도관이 얼어붙는 바람에 노인정 수도가 새기도 한다.”고 불만스러워했다.

거동이 쉽지 않은 노인들이 드나들기 어려운 지하에 경로당이 만들어진 것부터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현행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100가구 이상의 주택단지에는 일조 및 채광이 양호한 위치에 일정 면적의 경로당을 설치해야 한다.’고 되어 있을 뿐 노인들의 사용편의나 안전은 고려하지 않았기에 빚어진 일이다.

강북구 미아3동에 있는 2층짜리 Y경로당은 계단이 높아 관절염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오르내릴 때마다 애를 먹는다.2층 창 밖은 깎아지른 절벽을 방불케 하지만 무릎 높이의 창틀에는 안전장치가 없어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젊은이들도 조심스러울 만큼 가파른 계단을 가진 경로당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역시,노인복지법이 경로당은 일정 면적 이상의 거실 또는 휴게실과 화장실·전기시설의 설치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 및 편의시설이 시급하지만 재정사정은 턱없이 열악하다.S노인정과 구립 Y경로당 모두 관할 구청에서 식대 등의 명목으로 한 달에 30만원씩 지원을 받는다.Y경로당은 50여명의 ‘회원’들이 한달에 2000원씩 내고 이용하는 형편이니 시설 개수는 꿈도 꾸기 어렵다.오모(71) 할아버지는 “위험해도 참고 지내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지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2004년 현재 고령화사회의 기준이 되는 7%를 훨씬 넘긴 8.7%에 이른다.하지만 복지시설은 고사하고 서울에만 2639곳에 이르는 경로당조차 안전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노인들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

사단법인 생활안전연합이 서울 강북·구로·서초·서대문구의 경로당 98곳과 노인 494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경로당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고위험이 가장 높은 장소는 욕실이었다.50%가 욕실 바닥이 미끄러워 낙상의 위험이 크지만 고무매트 등 미끄럼방지 시설을 설치한 곳은 9.3%에 불과했다.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변기에 손잡이를 설치한 곳도 8.6%에 그쳤다.반면 입구에 문턱이 있거나 높이 차이가 크게 나는 곳은 69.1%나 됐다. 생활안전연합 윤선화 공동대표는 “반사신경이 약화되고 신체평형감각 제어능력도 떨어지는 노인에게 높은 문턱이나 미끄러운 바닥재 등은 치명적인 안전사고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현행 노인복지법을 개정,안전시설을 강화하도록 경로당 시설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2004-10-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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