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재활원 순회음악회 우광혁 한국종합예술대 교수

10년째 재활원 순회음악회 우광혁 한국종합예술대 교수

입력 2004-08-20 00:00
수정 2004-08-20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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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성남의 한 재활원에 갑자기 꿍짝짝 꿍짝짝 음악소리가 퍼졌다.재즈드럼,신시사이저,콘트라베이스 등과 멋진 턱시도를 입은 중년의 남자가 앞에서 백파이프를 불며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민요를 연주했다.순간 리듬이 신나게 바뀌는가 했더니 ‘엿장수 가위’를 들고 리듬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 댔다.‘곰 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오카리나 연주에 맞춰 좀체 움직이기 쉽지 않은 재활원 아이들도 힘겨운 몸짓으로 춤추기 시작했다.

턱시도를 입은 채 아이들과 춤을 추는 사람은 우광혁(42) 한국종합예술대학 교수.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음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통파 예술가인 그가 예술의 전당처럼 근사한 콘서트홀이 아니라 음향,조명 시설이라곤 없는 방에서 이렇게 망가(?)진다.

“망가지면 어떻습니까. 저를 반갑게 맞아주고 음악을 듣고 즐거워해 주고 힘겨운 웃음을 지어주는 아이들이 있는데….”호탕한 웃음에 그가 얼마나 이곳에서의 연주를 즐기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 좋은 음악이란 혜택을 나를 위해서만 쓴다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당연히 나눠야지요.”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그는 1995년 의정부 교도소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고아원,소년원,재활원 등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다녔다.1인 음악회는 어디서든 환영이었다.

그러던 중 그는 당시 근무 중이던 서울시립대 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했다.‘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자.언제까지 이렇게 이기적으로 살 수 없지 않으냐.’그때 합류한 학생들이 6명이었고,소문이 퍼지면서 지금은 뜻을 같이하는 제자들과 연극,무용인 등 50여명의 단원들과 함께 ‘앙상블,빛소리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그는 단장이다.

우교수는 ‘음악’을 ‘밥’에 비유한다.“음악에 가장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악이라는 밥을 퍼주고 싶습니다.그것도 최고 좋은 쌀로 지은 밥으로 말입니다.”그래서 그는 10평도 안 되는 조그만 재활원의 방에서 공연을 할 때조차도 턱시도를 차려 입고 제대로 악단을 구성한다.예술의 전당을 통째로 옮긴다는 생각이다.

전국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280여차례 공연을 한 그는 가장 음악이 필요한 곳은 재활원이란 생각이 들어 3년 전부터는 재활원에만 순회공연중이다.“움직이기 쉽지 않고 행동이 통제 안돼 공연장으로 가서만 음악을 들어야 한다면 평생 들을 수 없거든요.”그의 재활원 순회에는 또다른 뜻도 있다.“그곳에서 봉사하는 선생님들을 위로하기 위한 연주회이기도 해요.정신적,신체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느라 선생님들은 늘 피곤하고 외롭거든요.‘힘드시지요’,한 마디만 건네도 눈물을 왈칵 쏟을 정도입니다.”

거창하게 음악가의 사회적 역할을 논하지 않아도 인간적으로 자신의 것을 나누어줄 줄 아는 마음을 가진 넉넉한 음악가로 살고싶다는 우 교수,헤어지면서 그는 당부의 말을 했다.“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과 인내의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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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2004-08-20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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