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이만큼도 안 더울라꼬”

“한여름 이만큼도 안 더울라꼬”

입력 2004-08-05 00:00
수정 2004-08-0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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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 오늘 몇 도랍니까?”

경남 밀양이 한국의 ‘대표 찜통’으로 인상지워지고 있다.10년 만의 무더위라는 올여름,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우리 동네보다 훨씬 더 뜨거운 고장이 있다는 데 위안을 삼곤 한다.

밀양은 4일에도 35도까지 올랐다.영천의 35.2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이다.밀양은 지난달 23일과 30일에는 각각 38도까지 치솟으며 당당히 올해 전국 최고기온 기록을 작성했다.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지는 얼음골에다 밀양강을 끼고 있어 피서지로 이름난 밀양이 왜 이렇게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4일 밀양 시내의 아스팔트는 신발바닥에서 끈적함이 느껴질 정도로 녹아내리고 있었다.거리는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창문을 꽁꽁 닫은 승용차며 화물차가 간혹 지나다닐 뿐이었지만,밀양강과 주변 솔밭에는 수천명의 피서객이 늦게까지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엇갈리는 지역 주민들의 반응

“올 여름이 덥기는 덥십미더.”

내일동사무소 앞 나무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던 최진복(77) 할아버지 등 마을 노인들은 “밀양이 더운 곳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여름은 근년 들어 가장 더운 것 같다.”며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그러나 전국 최고의 여름 기온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탓인지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여름에 이 정도는 더워야 곡식과 과일이 제대로 익제.” 내일동 시장거리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임용태(62)씨는 “한여름 이만큼 안 더울라꼬.”라며 예년과 비슷한 날씨인데 신문·방송에서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밀양의 신비,천연기념물 제224호 얼음골은 요즘 피서지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얼음은 6월 들어 모두 녹아 버렸으나 결빙지점의 기온은 섭씨 2∼3도를 유지하고 있다.얼음골 관리인 김영근(49)씨는 “부산·대구·울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평일에도 하루 5000명이 넘는 피서객이 몰려온다.”고 말했다.

관측소 주변의 도심화로 측정 기온 높아졌나

밀양시 김진구 공보경영담당관은 “피서지로 알려져 있는 밀양이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보도되고 있어 무척 곤혹스럽다.”고 털어놓았다.

김 담당관은 “기온을 측정하는 밀양기상관측소 주변의 인위적인 환경변화가 측정 값을 높이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애써 더위의 원인을 다른 데로 돌렸다.

1984년 당시 허허벌판에 지었다는 내이동의 관측소를 찾아가 보았다.관측시설은 20여m 떨어진 앞·옆에 최근 2년 사이에 들어선 대형 유통업체 건물 2곳이 바람을 막고 있었다.앞쪽 할인마트에서는 에어컨 송풍기 2대가 관측시설 쪽으로 더운 바람을 내보내고 있었다.지난달 밀양의 기온이 잇따라 전국 최고를 기록하자 측정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나무판으로 송풍기 앞을 최근 반쯤 막아 놓았다.

관측시설 10여m 뒤쪽으로는 왕복 4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고 있었다.2차선이던 것을 관측소 쪽으로 올해 초 2차선을 더 넓혔다.

밀양기상관측소 조군석(41) 소장은 “관측소 주변에 최근 건물이 들어서는 등 환경이 많이 바뀌었지만 기온 측정에 별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그는 “그렇지만 하루 평균 기온을 따져보면 밀양이 대구 등 혹서지역보다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곳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8월 들어 밀양에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1일 하루뿐이다.

기압골 배치가 고온(高溫)의 원인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밀양지역의 올여름 기록적인 고온현상은 분지라는 지형 조건에 기압골 배치가 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현재 우리나라가 북태평양 고기압권에 들어있는 가운데 밀양시·합천군을 비롯해 경남 내륙쪽이 경북과 중부 쪽보다 기온이 더 높은 형태로 기압배치가 돼 있다는 것이다.이 관계자는 “까닭에 분지인 밀양의 기온이 높게 나타나는 때가 많다.”며 “기압배치는 계속 바뀌고 그에 따라 최고 기온 지역도 달라지기 때문에 기상 전문가들은 어느 지역의 최고기온 기록에는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밀양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2004-08-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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