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도 방송사에 미련을 갖고 있습니다.TV토론을 해주기를 간절히…,끝까지 기다리겠습니다.정말 부탁합니다.”
한나라당이 19일 이런 눈물겨운 통사정 끝에 간신히 TV토론 ‘생중계권’을 상당부분 따냈다.MBC는 한나라당 대표경선 하루 전인 22일 오후 2시 경선주자간 토론회를 생중계할 수 있다는 의사를 당에 전해왔다.‘형평성’을 들어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던 KBS도 이날 저녁 21일 오후 11시 ‘100인 토론’프로그램에서 경선 후보자간 토론을 방송할 수 있음을 알려왔다.다른 방송사의 중계여부를 살피던 SBS도 22일 오전 토론회 중계를 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파국으로 치닫던 야당과 방송사간의 관계는 일단 한나라당의 읍소로 화해의 단초는 마련한 셈이다.
"경선중계 부탁합니다"
이상득한나라당사무총장이 19일 오후 여의도당사 기자실에서 KBS등 공중파 방송이 한나라당 대표경선 후보 토론회를 생중계 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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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중계 부탁합니다"
이상득한나라당사무총장이 19일 오후 여의도당사 기자실에서 KBS등 공중파 방송이 한나라당 대표경선 후보 토론회를 생중계 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최해국기자 seaworld@
●한밤 방송비상대책위
한나라당은 주요 방송사들의 TV토론 거부 사태와 관련,오후 10시 여의도 당사에서 ‘편파방송규탄 비상대책위’를 열었으나 KBS와 MBC의 TV토론 수용 방침을 전해듣고 이를 환영했다.이날 비대위는 밤 늦은 시간임에도 대표경선 후보 5명을 비롯해 수도권 공천자 100여명,중앙당·지구당 사무처 관계자 150여명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박근혜 의원은 경선주자 5명을 대표해 “방송사들은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의 대표경선 후보자들의 토론회를 생중계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며 TV토론을 거부하려 했는데 그런 이유라면 지난 대선 때 선거일을 한달도 안 남기고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토론회를 방송한 것은 어떻게 설명하려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방송사들이 뒤늦게라도 TV토론 요구를 수용한데 대해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사 방문,토론중계 요청
이상득 사무총장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앞서 KBS를 방문한 자리에서 더욱 눈물겨운 애원을 쏟아냈다.
안동수 부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 총장은 “이제 우리는 예의를 지킬 만한 정신조차 없소.정말 한번 살려주소.”라고 하소연했다.주요 방송사가 후보간 합동토론회 중계 요청을 거부한데 대해서도 “긴 말로 옳다 그르다 말 않겠소.그냥 한번 좀 봐 주소.”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안 부사장이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방송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히자,전여옥 대변인이 ‘친정’에 대고 목청을 높였다.전 대변인은 “방송 중계를 안하기로 했다면 어떤 회의에서 어떻게 결정이 내린 것인지 알고 싶다.”고 따졌다.그러나 “남의 회사 회의과정을 세세히 묻는 것은 실례 아니냐.”며 면박만 당했다.
나중에는 ‘KBS 노조원’ 10여명이 회의실 앞에 도열해 ‘차떼기당 한나라당은 방송탄압을 중단하라.’ ‘거대야당은 편집권 압박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일부 노조원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와 “예정도 없이 찾아오는 바람에 경영진이 한시간 동안 회의를 못하고 있다.빨리 말 마치고 돌아가라”고 소리쳤다.노동운동가 출신의 김문수 의원이 “우리가 난동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여러분의 부사장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냐.나도 강성노조를 해봤지만 이렇게는 하지 않았다.”고 달랬다.노조원들은 “대통령을 탄핵한 당이 왔는데 그게 압력이 아니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전광삼 박지연기자 hisam@˝
2004-03-20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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