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풍경] 사람 情이 디자인보다 아름답다

[서울의 풍경] 사람 情이 디자인보다 아름답다

유영규 기자
입력 2008-10-25 00:00
수정 2008-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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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사진동아리 ‘진상’ 노점 사진전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행운동(옛 봉천6동)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3번 출구앞. 요즘 경기를 반영하듯 기온마저 곤두박질쳐 버린 거리 한쪽에선 사진전이 한창이다.

액자 속 사진들의 주인공은 거리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아주머니나 액세서리를 파는 아저씨, 토끼를 팔러 지하철역으로 나온 할아버지 등 서울 거리에서 흔히 만나는 노점상이다. 사진은 일상을 갈무리했다. 붕어빵을 파는 아저씨는 손님에게 잔돈과 검은 비닐봉지를 건네며 덤으로 미소를 담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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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뭐니뭐니해도 파는 맛이다. 검은 봉지에 토스트를 담아 건네는 노점 주인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 있다.
장사는 뭐니뭐니해도 파는 맛이다. 검은 봉지에 토스트를 담아 건네는 노점 주인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 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철판 위 곱창을 볶아내는 젊은 사장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손님 없어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조는 할머니 얼굴에는 고단함이 묻어난다. 카메라는 그렇게 영세상인들의 기쁨과 슬픔, 고단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소외층 내모는 거리정비 반대 ‘문화시위´

사진을 찍은 이들은 진보신당 아마추어 사진동아리인 ‘진상’ 회원들이다. 지난여름 회원들은 서울 강남과 동대문, 신천 등에서 노점 상인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고, 결과물을 ‘거리사진전-아름다운 노점’이란 이름으로 풀어놓았다. 종로1가 등 서울의 거리 곳곳에서 진행된 사진전은 서울시가 현재 추진 중인 디자인거리 조성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일종의 문화적 시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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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노점일을 마친 할머니가 집으로 가며 손수레에 폐지를 모으고 있다.
새벽 1시 노점일을 마친 할머니가 집으로 가며 손수레에 폐지를 모으고 있다.
시가 나서 세금 들여 보행자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깨끗한 거리를 만든다는데 왜 딴죽을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가 외치는 디자인 거리 사업 속엔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따뜻한 시선도, 배려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동아리 회장인 심효섭(39)씨는 “도시 디자인은 단순히 도시를 보기 좋고, 곱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넘어 그 중심에 사람을 놓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서울시의 디자인 거리 속엔 생활의 터전에서 밀려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배려도 배제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의 디자인 거리 프로젝트가 과거 가로정비 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진보신당에 따르면 실제 일부 구는 디자인거리 사업예산 중 80% 정도를 노점철거를 위한 용역계약비로 할애했다.‘디자인 거리조성=노점철거’냐는 비아냥과 노점상들의 한숨이 교차하는 이유다.

●삶을 파괴하는 디자인은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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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꺼진 빌딩 아래 노점을 하는 부부가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진보신당 사진동호회 ‘진상’제공
불꺼진 빌딩 아래 노점을 하는 부부가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진보신당 사진동호회 ‘진상’제공
거리에서 만난 사진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삶을 파괴하는 디자인은 폭력이다’라고 외친다. 과장도, 호소도, 강요도 없다. 사진전을 기획한 문화연대 관계자는 “과거 노점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가로 정비의 폭력성을 부각해 폭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사진전은 노점도 도시의 일부이며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들은 이달 말까지 잠실에서 진행 중인 ‘서울 디자인올림픽’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스무하루 동안의 디자인 올림픽을 위해 책정된 93억원의 예산은 장애인을 위한 저층버스나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또는 뉴타운 지역 개발계획의 디자인 기준을 만드는 데 이용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란 입장이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김상철(34)씨는 “거리는 걷기위한 교통로임과 동시에 영세 상인들의 생존을 이끌어가는 삶의 터전”이라면서 “이런 복합적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에 급급한 도시디자인은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폭력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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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8-10-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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