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풍경] 서울 성곽 따라 걷기

[서울의 풍경] 서울 성곽 따라 걷기

이세영 기자
입력 2008-05-17 00:00
수정 2008-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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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북악산 구간이 ‘백미’

로마와 이스탄불, 베이징 등 동·서양 고도(古都)가 그렇듯 서울 역시 견고한 석벽으로 경계를 두른 성곽도시다. 성동(城東), 성북(城北)이라는 지금의 행정구역 명칭도 ‘도성(都城)’이라 불리던 조선 왕도(王都)의 옛 성곽에서 유래했다. 조선 태조(1396년)·세종(1422년)·숙종(1703년) 3대에 걸쳐 축조된 왕도의 성곽은 서울에 남아 있는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건립연대는 경복궁이 1년 앞서지만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흥선대원군 시절 중건(重建)한 탓에 건축적 연륜이 서울 성곽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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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성곽 낙산공원 구간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성곽을 따라 걷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16일 서울 성곽 낙산공원 구간을 찾은 시민들이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성곽을 따라 걷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북악산 개방 뒤 답사객 늘어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문화재 당국과 자치단체들도 이 같은 서울 성곽의 역사성과 문화적·산업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오랜 기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던 북악산의 전 구간이 개방되면서 성곽을 답사하는 시민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 성곽은 서울의 주산(主山)으로 불리는 백악(북악산)에서 시작해 동쪽의 낙산과 남쪽의 목멱산(남산), 서쪽의 인왕산을 돌아 다시 백악의 능선에서 끝을 맺는다. 이른바 ‘내사산(內四山)’을 둘러 단단한 방벽을 두른 것이다. 둘레가 18㎞를 넘는다.

일제 36년 등을 거치며 많은 구간이 헐리고 훼손됐지만 축성 당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지형의 오르내림에 순응해 차곡차곡 돌을 쌓아올린 능선 구간은 은근하면서도 빼어난 곡선미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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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구간은 시가지 확장의 영향을 받지 않은 데다 1970년대 후반에 펼쳐진 복원사업 덕분에 성곽 상태가 양호하다. 따라서 성곽답사는 능선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사직터널 위 권율 장군 집터를 출발해 창의문과 숙정문을 거쳐 서울과학고 뒤쪽으로 내려오는 인왕·북악산 구간은 산세가 빼어나고 시내 조망도 탁월해 답사와 산행을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에선 성곽 축조 일시와 책임자 이름 등을 석벽에 새겨놓은 ‘각자(刻字)’는 물론 태조·세종·숙종대의 성곽 축조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동대문을 출발해 이대부속병원과 낙산 정상을 거쳐 혜화문에 이르는 구간은 경사가 완만하고 거리도 짧아 산책하듯 다녀오기에 그만이다. 탐방로가 잘 정비돼 있어 어린 자녀를 동반하는 데 무리가 없다.

남산 구간은 군데군데 성곽이 끊기고 출입금지 구간이 남아 있지만 접근성이 좋다는 게 장점이다. 장충동 신라호텔 경내도 성곽이 잘 보존된 구간이다.500m 길이의 성곽 주변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봄에는 살구와 벚꽃이 만발하고 가을이면 단풍이 찬연하다.

●10∼12시간이면 성곽 일주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하면 전 구간 일주도 가능하다. 성인 걸음으로 10∼12시간 걸린다. 다만 도심의 서대문∼남대문 구간과 광희문∼동대문 구간은 성곽의 흔적을 찾기 어려워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마침 사단법인 ‘문화우리’가 17일 북악산 구간을 답사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오후 1시 혜화문을 출발해 숙정문을 거쳐 창의문에 이르는 4시간 코스다. 풍수지리연구가 김진동씨가 해설자로 동행한다. 문화우리는 다음달에는 일주답사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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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8-05-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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