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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D-1…정부 ‘신호 혼선’

미·중 정상회담 D-1…정부 ‘신호 혼선’

입력 2011-01-18 00:00
업데이트 2011-01-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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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가 ’혼재된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연초만 해도 대화에 무게를 두는 듯 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다시 압박으로 선회하는 흐름이 읽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화와 압박의 ’투트랙‘ 기조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며 북한의 태도변화를 견인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다.그러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의 방향설정이 긴요해진 국면에서 정책적 스탠스가 정향성 없이 ’상황변수‘에 의해 흔들리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대화 시그널이 공식 등장한 것은 작년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새해 업무보고에서다.당시 이 대통령은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폐기‘를 직접 언급했다.원칙론적 언급이지만 연평도 사건이후의 남북간 군사적 대결국면을 고려하면 대화 쪽에 확실한 힘을 실어주는 계기였다.

 이는 당시 미.중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겨냥해 전략적 타협을 모색하는 흐름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정부의 이 같은 대화 발신 속에서 연초에 일시적으로 나마 남북간 대화무드가 예견되는 듯했다.

 그러나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미.중간의 기류가 미묘해지고 북한이 ’평화공세‘에 나서면서 정부의 기류는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전향적으로 모색하는 흐름에서 다시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으로 회귀한 것이다.우리 정부가 북한의 잇따른 대화제안에 대해 천안함.연평도와 핵문제 등 정치적 의제를 논의하자고 역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외교소식통은 “대화의 문 자체를 닫지는 않지만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순순히 따라가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16일 미국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선(先) 연평도.천안함,후(後) 남북대화‘를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압박코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천 수석은 특히 비확산론자 특유의 어법으로 “이렇게 가다간 어느 순간엔가 북한이 파산할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북한이 종말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스탠스는 남북대화에 있어 ’원칙‘을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철학기조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워싱턴의 복잡한 기류가 영향을 주고 있다.

 6자회담 재개를 고리로 중국과의 전략적 타협 가능성을 모색해온 워싱턴 내에서는 UEP에 대해 ’미국 안보의 직접적 위협‘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여파로 적극적으로 개입하자는 의견(대화파)도 나오고 있지만 중국을 압박해 북한을 견제하자는 기류도 동시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 정부 수뇌진이 동맹국인 한국을 배려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부가 다시 원칙론을 개진,미국의 동의 또는 협력을 확보하는 전술을 구사하게됐다는게 외교가의 반응이다.

 결국 천 수석의 발언은 워싱턴의 기류를 반영하는 동시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의 최종 입장정리에 영향을 주려는 이중의 포석을 띠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현재 정부는 북한 UEP 문제가 앞으로의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의 첫단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UEP 문제에 대한 성격규정→유엔 안보리 논의→남북대화 등을 통해 UEP 중단을 포함한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 제시→북한 이행여부 확인→6자회담 재개의 경로를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이를 두고 외교가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화 보다는 결국 압박을 유지하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외교가가 주목하는 시나리오는 미.중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현안에 대해 ’어정쩡한 결론‘을 내리고 정부는 현 스탠스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대화의 모멘텀이 상실되면서 북한이 다시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이는 곧 한반도 상황이 다시 극도의 불안정 국면으로 쏠림을 의미한다.

 이 대목이 향후 한반도 정세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지난해 한반도 문제를 놓고 대결양상을 노출했던 미.중이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적 이해관계에서 서로 방향을 달리할 수 밖에 없는 남북한과 미국,중국은 서로의 동선(動線)을 주시하며 긴장된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정시점이 지나서도 남북대화가 가동되지 않는 경우 한국과 미국의 스탠스가 주목된다.미국은 현시점에서 동맹국인 우리 정부의 선(先) ’남북대화‘ 기조에 적극 동의하고 있지만 남북대화가 계속 열리지 않을 경우 UEP 문제의 긴박성을 내걸어 북핵 협상국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정부는 자칫 대화국면의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고 미.중의 전략적 타협흐름을 수동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핵화의 목표와 방향에 있어서는 ’원칙론‘을 강조하되 대화의 방법론에 있어서는 ’유연성‘을 발휘하는 전략적 행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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