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공동성명 이후(1)] 합의서 이행 ‘산넘어 산’

[9·19 공동성명 이후(1)] 합의서 이행 ‘산넘어 산’

김수정 기자
입력 2005-09-21 00:00
수정 2005-09-2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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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베이징에서 타결된 ‘6자회담 공동성명’은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면서 한반도의 평화정착, 나아가 동북아 새질서 구축의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그러나 하루도 안돼 북한이 선(先)경수로 보장을 주장하면서 합의 이행 과정이 산넘어 산임을 여실히 보여줬다.11월 초 5차회담에서 벼랑끝 전술을 예고하는, 북측의 기선잡기용 카드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의 핵포기와 경수로 제공 선후(先後)문제를 비롯,‘9·19선언’의 이행과정에서 핵심과제가 뭔지, 한반도에 새 안보지형이 태동하고 있는지 시리즈로 짚어본다.

태생적 한계-애매한 표현

북측은 성명 타결 마지막 순간까지 ‘경수로 제공 후 핵비확산조약(NPT)복귀’주장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북측 태도는 예견돼 있었다는 것. 다만 북측 반응이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나왔고,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 내용도 “후과는 심각할 것”이라는 식으로 강도가 셌다. 경수로 제공 문제는 북·미간 대립을 미봉하면서 만든 모호한 합의문 즉 “적당한 시점에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한다.”고 명시한 데서 불씨를 안고 있었다. 미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애매모호한 표현은 피하려 한다.”고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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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이태식 외교부 제1차관은 “합의문에 NPT복귀는 조속히, 경수로 제공은 적당한 시점으로 돼있다.”며 선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별도 항목으로 돼있어 연결고리가 분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핵포기 순서와 경수로 제공

경수로 제공을 둘러싼 논란, 특히 핵포기와 경수로 제공의 순서를 놓고 북·미간 대립이 지속·격화될 경우 합의서 채택 이전과 같은 제자리돌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한국정부와 일본 러시아 중국 등 4개국은 20일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나온 뒤 짜기나 한 듯, 경수로 문제는 북한의 NPT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협정 이행 이후의 문제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물론 NPT복귀 이후 경수로 제공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측과는 강도 차이는 있다.

한국은 북한이 핵폐기를 하고,NPT와 IAEA에 복귀를 한 이후 경수로 제공 절차가 시작될 것이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의는 그 어느 때고 적절한 시점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원 부담방식이나, 경수로 부지, 형태 등 관련 사항을 5차회담서부터 논의할 수 있고, 설계 등 초보적 절차는 핵폐기와 함께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안이다. 한·미간 해석차이도 있는 상황으로, 향후 우리 정부의 북·미간 중재의 절충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제안 수정과 신포 경수로 부활?

정부는 지난 7·12 대북 중대제안에서 200만㎾ 대북 송전계획으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함남 신포 경수로 사업은 종료됐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를 다시 확인하면서도 새로운 합의가 나왔고 따라서 향후 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혀 대북 중대제안 수정 및 신포 경수로 부활의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그동안 경수로에 돈을 댈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6자회담 참가국 5개국이 어떻게든 재원을 내야하는데 한국이 가장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우리 정부가 부담을 대부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비용은 부담이 되지만 민족경제공동체의 일원으로,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해 북한지역의 열악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2005-09-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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