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한열이 에미예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나 한열이 에미예요…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들리세요?”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20-06-10 20:52
수정 2020-06-1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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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현장’ 옛 대공분실서 기념식 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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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에 현직 대통령 첫 헌화
509호에 현직 대통령 첫 헌화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을 찾아 박종철 열사 영정에 헌화한 뒤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509호실은 1987년 1월 22세의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이었던 박 열사가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경찰 수사관들의 가혹한 조사를 받다 물고문 끝에 숨진 곳이다. 현직 대통령이 509호실을 찾아 헌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배은심 여사, 서른세 번째 보내는 편지 낭독
민주화 유공자 19명에 훈장·포장·표창 처음
文, 현직 대통령 중 ‘남영동 분실’ 처음 방문
509호 욕조 보며 “철저한 고립감, 무너뜨려”


“이소선 어머니, 종철이 아버지, 제 얘기 들리세요? 나 한열이 에미예요. 30년 가까이 늘 함께 다니며 싸우던 우리 유가협 식구들인데, 어머니는 전태일이 옆에 가 계시고, 종철 아버지도 아들하고 같이 있어서 나 혼자 오늘 이렇게 훈장을 받습니다.”

1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서른세 번째 6월 10일에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내내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명예회장) 여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날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12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배 여사로선 1987년 8월 이후 핏줄보다 가깝게 지냈지만, 먼저 떠나 보낸 유가협 식구들이 떠올랐을 터. 배 여사는 “다시는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고통을 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1987년 6·10항쟁은 한국 민주주의의 전환점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16년 만에 부활했고 헌법이 개정되면서 제도적 민주주의의 토대가 마련됐다. 6월 항쟁의 집단 기억이 없었다면 2016~17년 촛불혁명도 어려웠다.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고 박정기씨)와 이 열사의 어머니, 1970년 전태열 열사 분신 뒤 유가협을 설립해 초대회장을 지낸 고 이소선 여사 등에게 정부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고 역사적 평가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고 문익환 목사 등 8명이 개별적으로 사후 추서 형태로 훈장을 받았지만, 국민훈장 모란장 12명을 비롯해 민주화 유공자 19명에게 훈장·포장·표창이 주어진 것은 처음이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고초를 겪었던 지선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물고문이 이뤄졌던 욕조를 보며 “이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죠. 물고문이 예정돼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니까요.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무너뜨려 버리는 거죠”라며 안타까워했다. 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열사 영정에 작은 꽃묶음을 헌화한 뒤 묵념했다.

문 대통령이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2017년 서울광장에서 열린 30주년 행사에 이어 두 번째다.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고, 악명 높은 509호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이 6·10 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007년 20주년 기념식 때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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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이영남 서울시의원, 제기동역 1번 출입구 에스컬레이터 개통식 참석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20-06-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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