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별세…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려이자 정치적 동지

이희호 여사 별세…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려이자 정치적 동지

신진호 기자 기자
입력 2019-06-11 00:21
수정 2019-06-1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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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 여사가 2017년 새해를 맞아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신녀하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1.1  서울신문
이희호 여사가 2017년 새해를 맞아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신녀하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1.1
서울신문
여성운동가로서 독자적 업적…여성 정치 확대에 기여
김대중 전 대통령 별세 뒤에도 남북 평화 위해 헌신


이희호 여사가 10일 별세했다. 97세.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이날 “이희호 여사가 오늘 오후 11시 37분 소천했다”고 밝혔다.

이희호 여사는 최근 노환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1922년 태어난 이희호 여사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를 졸업했다.

귀국 후에는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교편을 잡는 한편 대한YWCA 한국 여성단체협의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국내 대표적인 여성 운동가로 활동했다.

상처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과 1962년 결혼한 뒤에는 인생의 반려자이자 정치적 동지로서 고난과 역경, 그리고 영광을 함께 겪어왔다.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과 납치 사건, 내란음모 사건으로 인한 수감, 가택연금 등 군사정권 내내 이어진 감시와 탄압을 함께 겪으며 이겨냈다.
김대중 대통령이 1981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육군형무소에서 형이 확정되어 사형수 신분으로 청주교도소 수감 중 이희호 여사,홍일(왼쪽).홍업씨 등 가족들과 면회를 하고 있다.2000.12.3
김대중 대통령이 1981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육군형무소에서 형이 확정되어 사형수 신분으로 청주교도소 수감 중 이희호 여사,홍일(왼쪽).홍업씨 등 가족들과 면회를 하고 있다.2000.12.3
특히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 당시 사형 선고의 부당함을 알리는 등 국제적인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이를 위해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4번의 도전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70대를 넘어선 나이에 ‘퍼스트 레이디’로서 활발한 내조 활동에 나섰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사회봉사 단체 ‘사랑의 친구들’과 ‘여성재단’을 직접 설립해, 마지막까지 고문직을 맡는 등 아동과 여성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이들의 권리 신장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 전 대통령 재임 때 여성의 공직 진출 확대를 비롯해 여성계 인사들의 정계 진출의 문호를 넓힌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미경 한국국제협력재단 이사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이 김 전 대통령 발탁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과 동행해 영부인으로서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2015년 8월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 이희호 여사가 6일 평양의 한 육아원을 방문해 어린이들을 안아주고 있다. 북한에서 육아원은 유치원 취학 전의 고아를, 애육원은 유치원 나이의 고아를 돌보는 곳이다. 2015.8.8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2015년 8월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한 이희호 여사가 6일 평양의 한 육아원을 방문해 어린이들을 안아주고 있다. 북한에서 육아원은 유치원 취학 전의 고아를, 애육원은 유치원 나이의 고아를 돌보는 곳이다. 2015.8.8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그러나 김 전 대통령 재직 시절 3남 홍걸씨에 이어 차남 홍업씨까지 잇달아 구속되는 등 시련도 겪어야 했다.

이희호 여사는 김 전 대통령 별세 이후에도 재야와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중심을 잡아 왔다.

마지막까지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자리를 지키며 남북 관계가 교착 상황에 빠졌을 때에도 남북 평화를 위한 조언과 행동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교회여성연합외 ‘용감한 여성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 해의 탁월한 여성상’, 무궁화대훈장, 펄벅 인터내셔널 ‘올해의 여성상’ 등 인권과 여성문제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다.(02-2227-7550)

발인은 14일이며, 당일 오전 7시 고인이 장로를 지낸 신촌 창천교회에서 장례 예배가 열린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이 여사는 가족 측의 의사에 따라 사회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 여사의 장례를 주관할 장례위원회가 구성된 가운데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와 평화당 권노갑 고문이 위원장을 맡고, 5당 대표가 장례위원회 고문으로는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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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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