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부랴부랴’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부랴부랴’

오세진 기자
입력 2017-07-11 16:04
업데이트 2017-07-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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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11일 관세청이 2015년 7월과 11월에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호텔롯데의 점수를 부당하게 깎아 탈락시켰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감사 과정에서 관세청이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설치 허가를 내준 배경에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서울신문DB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보면, 원래 관세청은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을 선정한 후 추가 선정 여부는 향후 2년마다 검토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12월 말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서울 지역 면세점 특허를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발급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관세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당시 최상목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은 관세청을 통하지 않고 기재부에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특허 추가 발급을 지시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신규 특허 발급 계획 및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1월 6일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보고했고, 최상목 비서관은 나중에 기재부 1차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최 전 차관은 지난해 1월 31일 서울 시내 면세점을 5∼6개 추가하는 내용의 ‘보세판매장 제도 개선 추진’ 문서를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보고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4월 29일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로 허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지난해 12월 17일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DF, 호텔롯데, 탑시티면세점 등 4곳이 서울 시내 추가 면세점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2015년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감소했고, 전체 시내 면세점의 1인당 구매금액도 감소하는 등 경영 여건이 악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기재부는 특허 신청 공고요건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청와대에 지난해 서울 지역 시내면세점 특허를 추가 발급하겠다고 보고한 것이다.

또 관세청이 연구용역을 실시한 결과 지난해 추가 가능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은 1곳에 불과했으나 기재부가 신규 면세점 5∼6개곳을 설치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이후 신규 면세점 4곳을 설치하겠다고 보고하자, 관세청은 기초 자료를 왜곡해 설치 가능한 신규 면세점 수를 4곳으로 맞췄다.

그동안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이 추가 선정된 배경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이 SK 최태원 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을 단독 면담한 자리에서 면세점 사업에 대한 청탁이 제기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에 접어들면서 면세점 수를 늘리라고 지시한 것은 확인됐다”면서도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감사에서 드러난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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