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국정원·채동욱’ 역공… ‘마이웨이’ 가나

朴대통령, ‘국정원·채동욱’ 역공… ‘마이웨이’ 가나

입력 2013-09-17 00:00
수정 201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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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파행 등 정국경색 각오한 듯…국정원댓글 사과 거부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여야대표와의 국회 ‘3자회담’에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시종 강공기조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은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 자체개혁’에 맡기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왜 개혁을 안했나”라며 역공을 취했다. 민주당의 국정원 국내파트 폐지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다.

정국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채동욱 사태’를 둘러싼 ‘청와대와 법무부의 배후조종설’에 대해서도 “검찰총장은 워낙 중요한 자리여서 의혹이 제기됐을 때 방치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회담에 대해 “대통령이 자청해 국회로 가서 정치권이 갖고 온 문제와 현안을 놓고 대화를 나눈 것은 대통령 본인이 5선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 여야 대표를 사실상 역임하는 등 의회주의자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굉장히 존중하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회담 후 “민주주의 밤 길어져 천막으로 돌아가겠다”며 장외투쟁을 이어갈 것을 선언했다. 한마디로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며, ‘빈손’ 회담이었다는 얘기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사실상 파국으로 끝난 3자회담 결과를 본 뒤 박 대통령이 야당의 장외투쟁 지속과 정기국회의 장기파행 등 정국의 급랭을 각오하고 회담에 임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야당과의 화해 보다는 당분간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선택인 셈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과 거부…국정원 개혁, 민주와 ‘정면 대치’ =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및 국정원 개혁과 관련, 야당의 요구에 대해 예상대로 적극 반박하거나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일단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데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대선기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은 적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됐던 포괄적 유감조차 표명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국회 주도로 국정원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자체 개혁안을 만들어 제출하면 국회가 보완해달라”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정원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야당과는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에는 왜 국정원 개혁을 안했나”라면서 “국정원이 혁신적 개혁안을 내놓을 것이며, 이를 통해 정치개입을 확실히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권인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원 개혁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신은 강력한 의지로 국정원을 탈바꿈시키겠다고 되치기를 한 셈이다.

국정원 개혁방안으로 민주당이 주장한 국정원 국내파트 폐지 및 수사권 분리 방안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옳지 않다”며 타협의 여지를 닫아버렸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내란음모·선동 및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찬양 등 혐의로 구속한 것에서 볼 때, 국정원의 국내 파트와 수사권은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논란 과정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및 국정원내 인적 청산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한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NLL 대화록 공개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국정원은 대화록을 합법적 절차를 통해 공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 원장의 회담록 공개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정권 때마다 국정원 인적청산이 있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면서 인위적 인적청산은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다만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은 재판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말해 사법부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또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대선 하루전인 지난해 12월18일 부산역 유세에서 NLL 대화록과 비슷한 내용으로 유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대화록 사전입수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얘기한 것”이라며 김 의원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 朴대통령 “靑·법무부 배후조정설 이해못해…감찰은 당연” = “지금까지 혼외자식으로 난리가 난 경우 있는가. 감찰을 해야한다”.

박 대통령은 ‘채동욱 사태’를 이처럼 공직기강에 관한 문제로 규정했다. 국정원 댓글사건을 기소한 “검찰총장 교체를 통한 검찰 무력화 시도”라면서 법무부 감찰을 ‘국기문란’ 행위 못박은 민주당 김 대표와 상반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검찰의 위신이 달린 문제다. 난리가 났다. 인터넷을 보라. 검찰 수장이 의혹이 있는데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할 수 있는가”라며 “검찰 수장으로서 적극 소명하고 오해가 있으면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는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채 총장의 사의를 즉각 수리하지 않고 법무부가 감찰을 진행할 것을 지시한 사실을 염두에 둔 언급이다. 국가 사정기관의 최고 수장이 전대미문의 혼외아들 논란을 빚고 있는 만큼 진상을 밝히는 게 급선무라는 인식이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법무부가 국정원 댓글사건의 기소로 눈밖에 난 채 총장을 ‘찍어내기’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배후조정을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감찰은) 당연히 법무장관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당사자가 이야기했는데 이렇게 사퇴하게 할 수 있는가”라는 김 대표의 지적에도 “그래서 사표를 안받은게 아닌가.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사표처리를 안하겠다”고 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거듭 “지금 법무장관이 한 것은 장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검찰총장은 워낙 중요한 자리여서 의혹이 제기됐을 때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채동욱 사태’의 진상규명을 앞세우며 청와대·법무부 배후설을 일축한 것은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최고위 공직자의 혼외아들 논란이라는 공직기강에 관한 문제이지 정치쟁점화될 사안이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즉 감찰결과나 유전자 조사 등에 따라 혼외아들 논란의 진위가 가려지면 자연히 해결될 사안이라고 박 대통령이 판단하고 있다는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나아가 박 대통령이 이 사건이 성격상 야당의 현 정권에 대한 정통성 공세를 야기한 국정원 댓글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퇴 요구 등 야권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댓글사건 논란에 이어 ‘자의적 권력운영’을 자인하는 꼴이 되면서 현 정부가 민주주의 ‘파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야당의 프레임을 갇힐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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