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을 4개월여 앞둔 11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상득(76·경북 포항 남구·울릉군) 의원과 당내 소장파의 간판인 홍정욱(서울 노원 병) 의원이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권 전반의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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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 11일 불출마를 선언한 뒤 고개를 숙인 채 여의도 당사를 떠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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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둔 11일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당사에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지금까지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40% 안팎의 물갈이 공천이 단행됐지만 당내 최고령인 이 의원과 소장파 홍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쇄신 논란에 휩싸인 여당 내 공천 개혁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이는 당 안팎에서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진 의원들의 거취 표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오후 4시 30분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8대 총선 때도 당 안팎으로부터 자진 용퇴 압박을 받았던 이 의원으로서는 최근 당내를 휩쓸고 있는 쇄신풍도 버거운 마당에 자신의 보좌관인 박모씨가 SLS그룹 측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정치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처지였다.
앞서 홍 의원도 오후 3시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 자신의 부족함을 꾸짖으며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년은 나에게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면서 “정당과 국회를 바로 세우기에는 내 역량과 지혜가 턱없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이들 의원에 앞서 원희룡 의원은 지난 7·4 전당대회 출마 당시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국회의장을 지낸 김형오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당내 3선 이상 중진들과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초·재선 의원들도 당 쇄신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치적 선택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전 대표의 낙마와 함께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친박(친박근혜)계 중진들의 자진 용퇴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각에선 친박계 중진 가운데 영남권 5명, 수도권 1명 등 의원 6명의 실명이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당사자들은 “중진들을 ‘정치적 고려장’으로 몰고가기 위한 음해에 불과하다.”며 펄쩍 뛰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에 친이(친이명박)계 중진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친이계 3선 이상 중진들 중에선 물갈이 대상이 아닌 사람을 꼽기 어려울 정도다.
이 같은 분위기는 비단 여당뿐만이 아니다. 야당 역시 아직까지는 잠잠하지만 통합 논의가 마무리되면 그 즉시 공천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필승 구도로 생각하는 ‘여야 1대1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가진 민주당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