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처럼 되기 싫다” 했지만 결국…

“최병렬처럼 되기 싫다” 했지만 결국…

입력 2011-12-10 00:00
수정 2011-12-1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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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대표 닮은꼴 퇴진

“최병렬 전 대표처럼 되기는 싫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9일 사퇴 직전 남긴 말이다. 이로써 홍준표 체제는 출범 5개월여 만에 막을 내렸다. 개혁의 주체를 자처하다 객체로 전락했다. 한나라당 역대 대표 중 최단명이라는 오명도 쓰게 됐다. 이날 오전 사퇴 결심을 굳힌 홍 대표는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회견문은 700자 분량으로 간략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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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둘러싼 취재진이 “지도부 공백 상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라고 묻자 “당헌당규를 따르면 된다.”고 답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직접 통화했느냐.”는 질문에는 조금 언성을 높이면서 “나는 한나라당 대표입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가 퇴진을 결심한 것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최고위원회의 구성원 대다수가 오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할 뜻을 직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사실상 최고위원회가 와해되는 상황을 맞아 더 이상 버틸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이종혁 의원과 김장수, 홍문표 최고위원이 잇따라 홍 대표를 찾아 ‘용단’을 권한 것도 홍 대표의 결심을 부추겼다.

홍 대표는 지난 4·27 재·보궐 선거 패배로 ‘안상수 체제’가 붕괴된 이후 2개월여 만에 열린 7·4 전당대회에서 21만여명의 투표로 당선됐다. 취임 직후 시쳇말로 ‘정책 종결자’로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대기업 때리기를 주도했고, 인천공항공사 ‘국민 공모주’ 매각과 같은 친서민 정책도 쏟아냈다.

그러나 홍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계기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10·26 재·보선 패배에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으로 결정타를 맞고 말았다. 홍 대표는 지난 7일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의 동반 사퇴에 대해 의원총회를 열어 ‘재신임 카드’를 내밀며 맞섰다. 전날에는 ‘선(先) 공천 개혁, 후(後) 재창당’ 등을 담은 당 쇄신안도 꺼냈다. 그러나 믿었던 친박계마저 등을 돌리면서 물러나게 됐다.

홍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2003년 6·26 전당대회에서 23만여명의 투표로 선출된 최 전 대표와 닮아 있다. 최 전 대표가 당시 주류 경쟁자였던 서청원 후보를 눌렀던 것도 차기 대선후보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최 전 대표 체제 역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같은 해 10월 불법 대선자금 문제인 ‘차떼기 사건’이 터지면서 치명상을 입었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추진으로 무력화됐다. 이로 인해 당시 소장파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부터 사퇴 압력까지 받았지만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채 2004년 총선을 위해 자신과 가까웠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공천심사위원장에 기용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공천 탈락이라는 인적 쇄신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홍 대표는 최 전 대표와 달리 스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비로소 최 전 대표와 다른 길을 걷게 된 셈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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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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