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정당 탈피” 사활 건 한나라…3대 포인트

“부자정당 탈피” 사활 건 한나라…3대 포인트

입력 2011-11-07 00:00
수정 2011-11-0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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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부자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는 데 목숨을 건 듯한 모습이다. 부자와 대기업편만 든다는 지금의 이미지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고전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전매특허인 ‘부자 증세’까지 거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1)소득세 최고세율·구간 신설 검토

현 정책기조와 배치…진통 전망

지난 9월 청와대와 정부를 압박해 추가 감세 계획을 철회시켰던 한나라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을 높이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미국의 ‘버핏세’ 논쟁이 한국의 보수 집권 여당에서 불붙을 조짐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6일 “과거 민노당이 주장한 식의 과격한 ‘부유세’는 아니지만, 소득세 누진성 강화 차원에서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하나 더 늘리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중진 의원도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선 우선 줄줄 새는 세금을 막아야 하지만, 아무리 틀어막아도 부족하면 부자들에게 더 걷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감세 철회를 결정하면서 소득세 최고구간(과표 8800만원 초과)의 세율이 35%로 그대로 유지되는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최고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 ‘초특급’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에서조차 공론화하지 못한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증세에 저항할 부자의 수는 적고, 세수 확대 효과는 크기 때문이다. 국세통계 연보에 따르면 2009년(귀속분) 과표 8800만원 이상인 소득세 납세자는 13만 1413명으로 전체 소득세 납세자의 4.7%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들이 부담한 세액은 8조 2591억원으로 전체 소득세의 69.96%를 차지했다. ‘표’가 훨씬 많은 중산층과 서민층에게 바짝 다가가는 동시에 집권당으로서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모습도 ‘부자 증세’를 통해 보여 주겠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은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완전히 뒤흔드는 것이어서 당내 진통도 따를 전망이다.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특정인의 개인 아이디어일 뿐”이라며 거리를 뒀다.

(2) “공정거래법 개정 불공정 개선”

일각선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한나라당은 대기업에 부가 편중되는 현상도 뜯어고칠 작정이다. 당 정책위 부의장인 김성식 의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입증할 책임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부과한 공정거래법을 고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09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부활도 거론한다. 그러나 김 부의장은 “대기업 규제의 여러 방안 중 부작용이 많아 폐지된 출총제를 부활하는 것은 핵심이 아니다.”면서 “더 효과적인 방법이 많다.”고 말했다. 출총제를 부활하지 않는 대신 내부자 거래 공시 제도를 강화해 공시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공시 내역에 특수관계인의 지분 이동뿐 아니라 계열사 지분 비율 문제도 포함시키겠다는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대기업이 출자 회사에 이익을 몰아줘 대기업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때 이사진을 처벌할 수 있도록 상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대기업의 하도급 규제, 정부조달 사업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 제한, 대·중소기업 성과공유제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3)정부예산 2조 삭감 복지예산으로

보육·노령연금 등 1조 증액 추진

한나라당은 당장 7일부터 ‘예산 국회’가 막이 오르는 만큼 내년 예산안에 복지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을 침몰 직전으로 내몬 박원순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반값 대학등록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쾌도난마식으로 추진하면서 한나라당은 더 초조해졌다.

예결위 소속 한 의원은 “당·정 민생협의에서 미처 해결하지 못한 보육과 기초노령연금, 보훈 예산을 1조원 정도 증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20~40세의 현실적 고민인 전셋값, 물가,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춰 파격적인 정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복지 예산 증액을 위해서는 증세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다른 사업의 예산 감액이 필수적이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편성한 예산에서 2조원가량을 깎고, 이를 모두 복지 예산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비슷한 입장인데, 어떤 사업의 예산을 깎느냐를 놓고 여야 간 다툼은 물론 지역구 의원 간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될 게 뻔하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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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세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부자 증세 방안의 하나로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이 지난 8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나 같은 슈퍼 부자는 비정상적인 감세 혜택을 받고 있다.”고 밝힌 데서 ‘버핏세’ 논쟁이 촉발됐다. 미국은 투자를 통해 얻은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이 15% 수준으로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에 대한 최고세율 3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버핏은 “나처럼 돈을 굴려 돈을 버는 사람들이 노동하고 돈을 버는 사람보다 훨씬 낮은 세율을 누린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계층을 대상으로 자본소득세율을 근로소득세율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2011-11-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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