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쇄신기류는 ‘세나라’… 권력게임으로 치닫나

한나라당 쇄신기류는 ‘세나라’… 권력게임으로 치닫나

입력 2011-11-01 00:00
수정 2011-11-0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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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선 패배 이후 쇄신론 내홍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쇄신을 놓고 들썩이고 있다. 수도권 20~40대의 성난 민심이 고스란히 드러난 이상 다양한 쇄신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쇄신 대상과 방법에 대한 이견, 정파 간 이해관계 때문에 쇄신론이 ‘권력 게임’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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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가운데)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한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한나라당 홍준표(가운데)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한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인적 쇄신론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패배는 곧 지도부 교체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은 다르다. 현 지도부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 때문에 인적 쇄신론이 크게 분출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는 이는 원희룡 최고위원이다. 그는 이미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이(친이명박)계의 지원을 받았지만 대표가 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에 판이 크게 흔들려야 자신의 공간이 넓어진다.

원 최고위원은 인적 쇄신을 주장하며 청와대와 당을 동시에 겨눈다. 그는 31일 최고위원회에서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로 보여 줄 것은 정치 변화이며, 중심은 청와대”라면서 “앞으로 청와대는 개편과 개혁에 대해 누적된 강도 높은 요구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더 이상 예의를 지키고 배려할 여유가 없다.”고도 했다. 이어 “국민의 목소리를 네거티브로 치부하고, 국민의 복지 요구를 색깔론으로 몰아간 당의 낡은 정치와도 단절해야 한다.”며 지도부 사퇴도 거듭 요구했다.

원 최고위원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이는 그동안 ‘정권 2인자’로 통했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다. 이 전 장관은 최근 내곡동 대통령 사저 논란 때 “잘못 보필한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며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직접 겨냥했다. 이어 보궐선거 패배 이후에는 “땅을 갈아엎어야 한다.”며 ‘객토(客土)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 최고위원의 뒤에는 이 전 장관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의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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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개혁론

인적 쇄신을 먼저 외칠 것 같았던 소장파는 의외로 “지도부 교체는 실익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대신 공천 개혁을 주장한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선거 패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고, 지도부 사퇴가 능사가 아니다.”라면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신진 인사를 영입하는 등 새 피를 수혈해 당의 이미지와 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가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지 않는 것은 현재의 ‘홍준표 대표-황우여 원내대표 체제’가 자신들의 주도나 암묵적 협조 속에서 세워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장파 다수가 이미 지도부의 일원이 됐다. 대신 이들이 공천 개혁을 들고나온 것은 당장 내년 4월 총선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장파 대다수는 수도권 출신이어서 영남 중진의원 등을 대폭 물갈이해야 자신들의 입지와 당선 가능성이 커진다.

소장파가 “청와대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현 정권에 등을 돌린 수도권 민심에 부응하려면 청와대와 선명하게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정 의원 등이 연일 “박근혜 전 대표가 ‘부자 몸조심’ 자세에서 벗어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는데, 이 역시 총선에서 박 전 대표가 ‘바람막이’가 돼 주어야 당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높아진다는 기대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정책 쇄신론

홍준표 대표는 정책과 당풍(黨風) 쇄신을 처방전으로 내놓고 있다. 그는 31일 쇄신·개혁 요구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천막당사 시절과 같은 파격적인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홍대 입구에서 대학생들과 ‘청년공감 타운미팅’을 가진 자리에서 “한나라당 의원의 23.1%가 판·검사 출신이라 내년에 (19대 총선 공천에서) 판·검사 출신을 대폭 줄이고 청년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중심이 돼 혁신을 이루겠다는 뜻이다. 홍 대표는 원 최고위원의 ‘인적 쇄신론’을 제외한 모든 요구를 두루 수용하며 모든 정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공격하거나 두둔하는 일도 홍 대표가 직접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 국면에서는 홍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입장이 잘 맞아떨어진다. 여전히 보수파를 껴안고 가야 하는 박 전 대표는 당장 대통령과 대립하며 권력투쟁의 한복판에 서기가 힘든 상황이다. 또 험악한 수도권 민심을 절감한 터라 중도층에 호소할 ‘카드’도 내놓아야 한다.

친박계는 정책 차별화를 최선의 카드로 꼽고 있다.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박근혜 전면등장론’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당의 소중한 자산인데 전면에 나선 상태에서 당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삿대질을 한다면 총선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했다. 총선을 자기 주도로 치르려는 홍 대표와 총선보다 대선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박 전 대표가 당분한 한 배를 탈 수밖에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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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11-11-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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