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 열어도 못 열어도 정치권에 ‘초대형 후폭풍’

투표함 열어도 못 열어도 정치권에 ‘초대형 후폭풍’

입력 2011-08-24 00:00
수정 2011-08-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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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사퇴시기·보궐선거 ‘3각 정치함수’



‘블랙홀 33.3%.’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일을 하루 앞둔 23일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투표율 33.3%에 집중됐다. 투표율이 33.3%를 넘어야 개표가 진행된다. 투표함을 여느냐, 못 여느냐에 따라 향후 정국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주민투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을 건 터여서 결과에 따른 후폭풍도 복잡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우선 투표율이 33.3%(전체 유권자 838만여명 중 약 279만명)를 넘어서는 경우 일단 개표가 성사된다. 지금까지 관련 여론조사에서 단계적 무상급식이 전면적 무상급식보다 20% 포인트 정도 앞섰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단계론-전면론 구도에선 단계론이 앞섰다. 일단 투표함이 열리면 서울시 측에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오 시장도 탄력을 받게 된다. 야권이 주도해 온 ‘복지 열풍’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상급식=복지’라는 인식이 짙다. 때문에 오 시장의 승리로 귀결되더라도 현실적으로 무상급식 대상자의 50%가 급식비를 내야 한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무상급식 여진이 계속된다면 완전한 승리라고 예단하기 어렵다.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하면 상황은 좀 더 복잡해진다. 결과만 놓고 보면 야권이 승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오 시장과 여권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여권의 자중지란이 불 보듯 뻔하고 보편적 복지에 대한 다수의 동의를 받은 만큼 이슈 주도력을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승리의 축배를 들긴 어렵다. 이번 주민투표가 여야의 싸움이라는 데 동의하는 의견은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오 시장이 보수진영을 상대로 유도한 싸움이었지 정치권 내부의 싸움은 아니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오 시장이 패하면 민심 이반은 진행되겠지만 그것이 민주당 지지로 귀결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오 시장에 대한 보수진영의 동정론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투표율이 미달될 경우 오 시장의 사퇴 시기가 관심사항이다. 9월 30일 이전에 사퇴하면 10월 26일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리지만, 10월 1일 이후에 사퇴하면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오 시장이 사퇴하더라도 시기를 10월 이후로 희망하고 있다. 만일 10월에 야당 시장이 탄생한다면 ‘이명박·오세훈 서울시정’이 송두리째 공격받을 수 있고, 내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 후보들이 시장의 지원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10월 보궐선거와 내년 4월 보궐선거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다. 10월에 치러지면 복지 주도권을 선점한 만큼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야권 통합 국면이라 후보 선정부터 쉽지 않다. 내년 4월은 총선·서울시장 쌍끌이 구도를 노릴 수 있지만 복지 논쟁이 깊어지면 또다시 포퓰리즘 공방에 휩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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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영·이창구기자 koohy@seoul.co.kr
2011-08-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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