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 본격 격돌] 정치적 배수진 오세훈 서울시장

[주민투표 본격 격돌] 정치적 배수진 오세훈 서울시장

입력 2011-08-12 00:00
수정 2011-08-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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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주민투표 ‘식판의 전쟁’…곽노현 교육감 vs 오세훈 시장 지상청문회

오는 24일 치러지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오세훈 시장이 걸 것으로 예상되는 정치적 거취는 크게 ‘내년 대선 불출마’와 서울시장직 사퇴로 압축된다. 오 시장이 12일 기자회견에서 대선 불출마 카드를 뽑을지, 아니면 서울시장직을 걸겠다는 뜻을 밝힐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배수진을 치고 주민투표에 임하겠다는 뜻인 것만은 분명하다. 12일 기자회견에서는 일단 서울시장직 사퇴보다는 대선 불출마 선언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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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한 정치적 거취를 밝히겠다.”는 입장을 11일 밤 밝혔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한 정치적 거취를 밝히겠다.”는 입장을 11일 밤 밝혔다.
연합뉴스




대선 불출마 선언은 “주민투표를 발판으로 대선 행보에 나서려 한다.”는 당 안팎의 정치 공세를 차단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시장으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한 여권 대선주자들에게 보내는 협조 요청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대선 불출마 선언과 동시에 시장직을 걸거나, 일단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선거운동 경과를 지켜본 뒤 주민투표 직전 시장직까지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직까지 건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모든 것을 걸고 주민투표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이번 주민투표에 자신의 거취를 걸었을 때 떠안게 될 정치적 부담에 대해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에는 손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현재 오세훈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특히 “우선하는 가치를 관철하기 위한 툴(도구)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있겠느냐.”며 “합리적·개혁적 보수를 자처해 온 나로서는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후회는 없다.”고 강조했다.

주민투표 참여 자체가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부재자투표 신고자가 10만 2000명에 달한다. 투표율로 환산하면 35.8%다. 결코 관심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호떡집에 불난 듯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에 패할 경우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자칫 서울시장직을 내놓고 대선 주자로 나서면 여권 대선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친박 진영은 물론이고 김문수 경기지사 측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를 “‘과잉 복지’로 가느냐, ‘지속가능한 복지’로 가느냐의 갈림길에서 유권자의 힘으로 선택을 결정하는 투표”라고 규정했다. 주민투표 이후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주민투표의 순수성을 폄훼함으로써 이익을 보는 집단이 과장한 프레임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여권 잠룡 중 한 명인 오 시장의 거취 표명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대권 경쟁구도를 뒤흔들 변수임에 틀림없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한 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시장직을 걸면 주민투표가 유권자 정족수(33.4%)를 채우지 못해 투표 자체가 무산되거나 패할 경우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에 임해야 할 한나라당으로서는 오 시장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만 하고 주민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시장직을 수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주민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오 시장이야 시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서울시장을 야권에 빼앗기는 것보다는 총선과 대선에 그나마 부담이 적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특히 서울 지역 의원들로서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서울시장 선거와 함께 치를 경우 가뜩이나 힘든 선거를 더욱 힘들게 치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 보니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주민투표 총력전’을 언급하며 본격 지원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무상급식 투표 결과를 망국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사슬이 계속 이어지느냐, 아니면 단절하느냐를 판가름할 심판대로 여긴다.”면서 “대통령은 이번 투표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성심껏 도와야 한다는 의중을 갖고 있으며, 여권이 한마음으로 뭉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다른 측근 참모도 “대통령은 평소 포퓰리즘의 폐해가 후대를 망칠 것이라는 우려를 자주 한다.”면서 “서울시와 대한민국의 명운을 건 투표를 당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도 이날 야권의 투표 불참운동에 대해 “헌법 정신을 훼손하고 직접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정면 비판한 뒤 “투표 권장으로 당 방침을 바꿔 공당의 소임을 다하라.”며 전날 홍준표 대표에 이어 총력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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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2011-08-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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