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도지사 선거 르포···부동층·영동권 표심 “아직 결정 못했다”

강원 도지사 선거 르포···부동층·영동권 표심 “아직 결정 못했다”

입력 2011-04-17 00:00
수정 2011-04-1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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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접만 받아온 강원 발전을 위해서는 이젠 바꿔야죠” “이번 선거를 누구 때문에 치르게 됐는지를 먼저 알아야지...”

 고교 선후배 사이이자 나란히 MBC사장을 지낸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와 민주당 최문순 후보 간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빅매치’가 펼쳐지고 있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나선 두 후보의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첫 주말인 16일 이른 아침부터 춘천 공지천에서는 조기축구회 회원 간에 ‘대리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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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을 열흘 가량 앞둔 17일 강원 춘천시 도심 등지에 내걸린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의 현수막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4.27 재보선을 열흘 가량 앞둔 17일 강원 춘천시 도심 등지에 내걸린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의 현수막을 시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강호’ 조기축구회 소속 김성훈(45)씨는 “강원 무대접.푸대접 얘기는 이제 신물이 난다”라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광재 전 지사를 뽑았는데 뜻을 펴지도 못해 아쉬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박종욱(57)씨는 “113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이번 선거가 왜 치러지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그때 제대로 뽑았다면 이번에 바쁜 시간 쪼개서 투표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었다”며 반론을 폈다.

 ‘전직 MBC사장 간 대결’ 외에 ‘정권 심판론’,‘이광재 전 지사 책임론과 동정론’ 등으로 유권자의 관심도 높아짐에 따라 이 같은 논란은 도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양측 후보들은 스스로 취약지역이나 지지기반으로 분류한 소위 ‘적진’으로 달려가 표심 공략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는 태백 상장동 건널목 유세를 시작으로 태백역과 정선 사북시장,영월과 평창까지 민주당 이광재 전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를 중심으로 강행군을 이어갔다.

 엄 후보의 거리유세에서 만난 40대 후반 여권 인사는 “이번 선거는 투표율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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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엄기영 강원지사 후보(왼쪽),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 후보(오른쪽) 연합뉴스
한나라당 엄기영 강원지사 후보(왼쪽),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 후보(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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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이 고향인 50대 중반 남성은 “후보들의 경력이 비슷하므로 이번 선거에서의 선택기준은 소속 정당”이라며 “지지정당은 현재까지는 지난 선거 때와 같다”라고 말했다.

 영월지역 40대 초반 여성은 “겉으로 보이는 무관심은 한 번 더 (이광재를) 밀어주자는 잠재력의 다른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시각.민주당 최문순 후보는 강릉에서 아침 유세를 마친 뒤 횡성과 홍천 전통시장에서 상인 등을 상대로 표심 공략에 나섰다.

 홍천 5일 장터에 나온 주민 300여명은 발걸음을 멈추고 최 후보의 연설을 듣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주민 박기열(60.홍천읍)씨는 “도지사를 뽑는 선거이다보니 관심이 많아 꼭 투표를 할 것”이라면서 “이미 누구를 찍을지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번 선거의 판세는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의 우세 속에 민주당 최문순 후보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지난 9~10일 도내 6개 언론사가 시행한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도 엄기영 후보가 44.3%로 32%의 최문순 후보를 12.3% 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부동층이 19.2%에 달하는 데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에게 15% 이상 뒤지다가 역전승을 거둔 선례가 있어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렇다면,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어 부동층이 많은 영동지역 주민들의 표심은 어떨까?영동권의 표심이 이번 선거의 당락을 가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영동권 표심을 얻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공직에서 퇴임한 황윤영(62)씨는 “민주당 후보는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시각에서 보듯 사상적 편향이 있다”며 “침체한 지역현안 해결 등을 위해서 힘있는 여당 후보인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서은(36.여)씨는 “시작도 채 못해 본 이광재 전 지사의 공약을 이어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라며 “주변에 휘둘릴 것 같은 한나라당 후보보다 진중한 정치를 할 것 같은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다시 춘천 공지천으로 방향을 돌려 ‘민심의 척도’라는 택시기사들의 대화에 살며시 끼어들었다.

 택시 경력 40년의 정상기(67)씨는 “후보들과 같은 고교 출신이지만 동문 간에도 표심이 엇갈리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누가 되느냐보다 서민들이 얼마나 어렵게 살고 있는지를 진심으로 알아주는 후보가 누구냐’ 라는 것”이라며 정곡을 찔렀다.

 내친 김에 춘천 석사동 번개시장을 찾았다.

 한 상인은 “우리 노점 상인들은 선거철 정치인을 위한 들러리일 뿐 선거가 끝나고 나면 그들의 모습은 볼 수 없다”며 “다만 평소 노점 철거한다고 으름장 놓던 공무원들도 이때만 되면 단속을 중단해 맨날 선거철이면 좋겠다”고 정치권에 일침을 놓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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