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선임기자 정가 In&Out] 국회의장 모욕하는 국회의원

[박대출 선임기자 정가 In&Out] 국회의장 모욕하는 국회의원

입력 2009-03-17 00:00
수정 2009-03-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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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회의장단 3인이 모였다. 김형오 의장실에서 티타임을 가졌다. 매주 화요일 오전 9시반이면 모인다. 취임 이후 정례화했다. 별일이 없으면 만난다. 이전 국회에는 없던 자리다. 김 의장은 개탄했다. “국회의장에게 이러는 국회는 처음이다.”, “비판도 좋지만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한다.” 문희상 부의장이 거들었다. 오후엔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국회의 국회의장 모독, 다시는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

국회의장은 국가 의전서열 2위다. 대통령 다음이다. 승용차 번호는 ‘1001’이다. 의전 예포는 19발이다. 대통령보다 두 발 적다. 대통령도 못하는 게 있었다. 세뱃돈 풍습이다. 과거 국회의장들은 공관에서 새해 인사를 받았다. 옆엔 세뱃돈 봉투가 놓였다. 세배객들에게 하나씩 건넸다. ‘국회 어른’이기에 가능했다. 복을 주고받는 풍습이었다.

박준규 전 의장은 ‘만석꾼 아들’이다. 그가 건넨 봉투엔 5만원이 들었다. 황낙주, 김수한 의장 때는 3만원 혹은 2만원이었다. 김형오 의장은 올해 세배를 못 받았다. 대치 국회 탓이었다. 내년엔 받을까 생각 중이다. ‘외유 의원 1000달러 지원’ 논란과는 다른 문제다.

그 ‘어른’이 망가지고 있다. 국회의장 수난시대다. 모욕과 조롱을 받는다. 주동자는 국회의원들이다. 민주당은 윤리위에 제소했다. 의장의 윤리위 제소는 55년 만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자해행위”라고 했다. 자해는 친정인 한나라당에서 더했다. ‘한밤에 분칠’, ‘자리 연연’, ‘의장 불신임’, ‘공천배제’ 등 막말을 쏟아냈다.

전엔 금도가 있었다. 박관용 의장 때다. 초선 의원 의정연찬회가 열렸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이 보이콧을 제안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의결에 항의하는 뜻이었다. 집단 지각으로 표시했다. 일부는 자리를 뜨기도 했다. 다수는 모욕스런 언사를 자제했다. 김성호 의원 정도가 경계를 넘었다. 그는 탄핵 때 구두를 던졌다. “구두보다 쓸모없는 의장”이라고 했다.

이만섭 전 의장은 날치기를 거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껄끄러워졌다. 이윤성 부의장은 그를 ‘모델’로 삼는다. “여당을 보고, 야당을 보고, 국민을 보고, 양심의 의사봉을 세 번 친다.”는 지론도 상기시켰다. 반면 김 의장은 ‘직권상정 권한’을 고수한다. 협상 독려용이라는 논리다. “직권상정 때문에 협상이 타결됐다.”는 자평도 내놨다. 그에게 혹평만 있는 게 아니다. 이정현 의원은 “용감한 사람”이라고 했다.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평점도 줬다.

“품격 국회의 원년으로 삼겠다.” 김 의장의 지난해 취임 일성이다. 하지만 의장 품격은 훼손되고, 국회 위상은 추락이다.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비판 받을 처신을 했다면 자업자득이다. 문제는 비판의 품격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는 더 높아야 한다. 국회의장은 국회의 대표다. 국회에도 어른이 필요하다.

기자는 1993년 영국 의회 연수를 다녀왔다. 하원 의장은 베티 부스로이드였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의장을 지냈다. 본회의장 토론을 참관했다. 의원들이 논쟁을 벌였다. 수시로 소란했다. 부스로이드 의장이 필요하면 나섰다. ‘오더(order)’란 말을 한두번 외쳤다. 의석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우리 국회는 어떤가. 의장의 주의에도 아랑곳없다. 영국 의회가 부럽다.

dc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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