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직권상정은 국회의장의 권한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과거 국회의 의장 직권상정 사례도 설명했다. 표면상 명분을 제공한 것이지만, 사실상 국회의장을 구석으로 몰겠다는 의도가 읽혀진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여당이던 17대 국회에선 종합부동산세법과 사립학교법 등 ‘좌파 법안’이 6차례나 강제 처리됐다.”고 상기시켰다. 당시 열린우리당 출신 김원기·임채정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상임위에서 법안 논의조차 막는 것은 옳지 않다. 직권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던 일도 소개했다. 한나라당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장이 약속을 지켜주리라 믿는다.”며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당 지도부는 의장실을 찾아가 30분 남짓 직권상정 문제를 논의했다. 2월 국회에서도 쟁점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여권이 향후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묻어난다.
홍 원내대표로서는 내달 3일까지인 이번 국회 회기 내 법안 처리가 ‘명예 퇴진’과도 직결돼 있다. 스스로도 사퇴설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석에서 “혼자 죽을 수는 없다.”면서 “김 의장도 이번에는 그냥 못 넘어간다. 그렇게 처신하면 한나라당에서 죽는다.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야당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소속 의원과 당직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한나라당 소속 상임위원장과 의원들의 ‘작전 개시’ 움직임이 포착되면 즉각 대응할 참이다.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3당 및 시민단체 등과 연합 전선도 구축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지난달 6일 작성한 여야 합의문을 여당이 파기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당시 합의문은 한나라당이 국회를 전쟁터로 만든 과오를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한 문서로, 종전(終戰)선언문”이라면서 “한나라당이 2차 입법전쟁을 하겠다는데 여기가 무슨 중동(中東)이냐.”고 비난했다.
국회의장실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각 상임위에서 법안을 상정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 야당의 방해로 도저히 상정과 심의가 안 되고 국민이 원하고 요구하면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2월 중에 미디어법을 꼭 처리해야 하느냐. 민생과 관련한 문제라면 의장이 주저하지 않겠지만 시기적으로 아직 충분히 곰삭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2월 국회에서 미디어관련법의 상정이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주목된다.
이지운 홍성규기자 jj@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