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자 추가 피살] 협상한계 봉착한 정부

[아프간 피랍자 추가 피살] 협상한계 봉착한 정부

김미경 기자
입력 2007-08-01 00:00
수정 2007-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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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한 정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한국인 23명 중 배형규 목사에 이어 31일 심성민씨가 납치단체인 탈레반에 피살되면서 추가 희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피랍사건 발생 뒤, 외교통상부 조중표 제1차관을 아프간에 급파한 데 이어 배 목사가 살해된 뒤에는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까지 특사로 파견했으나 오히려 희생자만 늘면서 정부의 정보력과 협상력 부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며 전보다 강경 자세를 취했지만 탈레반측의 죄수 석방 요구에 대해 “우리 권한 밖 요구”라고 선을 그으면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보·판단·협상력 총체적 부재

전날 탈레반측 사령관의 ‘협상 실패’ 선언과 탈레반측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의 협상 시한 연장에 대해 정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가 이날 오후 늦게 아프간 가즈니주 마라주딘 파탄 주지사가 협상 시한을 이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아프간 정부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간접 정보에만 의존하다가 심성민씨가 추가로 살해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게다가 배 목사에 이어 심씨의 살해 사실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지만 각각 8시간,13시간이나 늦게 확인, 발표하는 등 정보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충격 키운 3건 성명, 입지 좁혀

정부의 전략 부재는 사건 발생 이후 발표된 성명 3건의 기조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피랍 이틀 뒤인 지난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에 의한 사태 해결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했다.

배 목사 피살 하루 뒤인 26일 청와대가 발표한 안보정책조정회의 명의의 성명은 아프간 정부와 보다 긴밀한 대화를 위해 특사를 파견키로 했다고 밝혔다. 테러집단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아프간 정부의 입장을 감안한다면, 피랍자 가족과 국민에게 낙관적 기대감을 갖게 하면서까지 특사 파견 사실을 공개했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심씨 피살 하루 뒤인 이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은 무장단체의 협상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협상 조건을 공개하는 것은 피랍자 귀환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원칙을 무너뜨리고 납치단체의 요구사항까지 뒤늦게 공개하면서, 우리 정부의 한계를 털어놨다.

불과 열흘 사이에 발표된 3건의 정부 성명이 ‘대화 용의’→‘대화 압박’→‘협상 한계’로 요동을 친 셈이다. 이에 따라 피랍자 가족이나 국민의 충격과 허탈감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대통령궁이 이날 죄수·인질 맞교환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 정부의 입지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협상 결렬에 대비한 군사작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박찬구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7-08-0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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