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배수진’ 강경투쟁 배경과 전망

박근혜 ‘배수진’ 강경투쟁 배경과 전망

입력 2004-09-10 00:00
수정 2004-09-10 07:5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여권의 국가보안법 폐지에 맞서 ‘대표직을 걸고’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박 대표는 9일 염창동 당사에서 가진 특별 기자회견에서 국보법 폐지를 막는 데 대표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연설문 작성작업은 밤새 계속됐다.특히 ‘모든 것을 걸겠다.’는 문구를 넣느냐,마느냐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 문구는 연설문 작성과정에서 들어갔다 빠졌다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야당 대표로서 분명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는 쪽과 굳이 직을 걸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쪽이 팽팽히 맞섰던 것이다.

한 측근은 “직을 걸고 싸우는 것은 ‘최병렬식 도박’이라며 수차례 문구 삭제를 건의했다.”면서 “그러나 박 대표는 ‘국가의 정체성과 존립기반이 무너지는 판에 그런 직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도리어 질책만 받았다.”고 털어놨다.이 문구가 박 대표의 분명한 의중을 담은 것임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박 대표는 시종 강도 높은 어조로 기자회견을 이끌어 갔다.무엇보다 “국보법 폐지는 친북활동의 합법화”라며 “우리 체제가 무너지는 마당에 대표직 하나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듣기에 따라서는 대표직은 물론이고 정치생명까지 걸겠다는 의미로도 비쳐진다.

박 대표가 초강수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친일법’,‘과거사문제’,‘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 정기국회에서 예상되는 여권의 파상 공세에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절박감도 깔려 있는 것 같다.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폐지 반대’ 의견이 압도적 우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박 대표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국보법 폐지 반대에 당력을 집중함으로써 당내 비주류의 공세를 자연스럽게 무마하려는 계산도 담겨 있다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박 대표와 한나라당의 기류를 감안하면 장외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이날 ‘선언’에서 그쳤다.그 뒤의 ‘행동’은 언급하지 않았다.그러나 당 국가수호비상대책위는 단계별 시나리오와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어쨌든 박 대표의 이날 강공으로 국보법 개폐문제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는 한층 가열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2004-09-10 3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