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의 근간이 되는 텍스트는 설두중현(雪竇重顯·980~1052) 스님이 설두산의 자성사에 머물면서 옛 조사들의 고칙(古則) 100개를 정리하고 여기에 송을 붙여 만든 ‘설두송고’다.
‘벽암록’은 송대에 원오극근(1063~1135) 스님이 ‘설두송고’를 바탕으로 수행자에게 제창하기 위해 만든 어록으로, 설두 스님의 본칙과 송에 원오 스님의 수시, 평창, 착어가 더해져 1125년에 완성되었다.
원오 스님은 중국 후난성 창더에 있는 협산사에서 ‘벽암록’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전하는 바에 따르면 쏟아지는 졸음을 쫓기 위해 벽암천의 온천수를 길어와 그 위에 찻잎을 띄워 마셨다고 한다. 스님이 일본인 제자에게 남겨주었다는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도 있지만, 차와 관련된 유명한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조주선사의 ‘끽다거(喫茶去)’ 화두다.
절에 와본 적이 있다는 학인에게도, 와본 적이 없다는 학인에게도, 조주가 한 말은 “차 마시게.”였다. 학인들이 돌아간 후 “어째서 와보았다 해도 차나 마시라 하고, 와본 적이 없다 해도 차나 마시라고 하십니까?”라고 묻는 원주(院主)에게도 조주 스님은 말한다. “자네도 차나 마시게!”
조주 스님은 시종일관 그저 ‘차 마시게.’라는 한마디를 했을 뿐이다. “누구나 매일 마시는 차로써 수월하게 종지를 전하는 방식에 세파의 인연을 귀찮다 하지 않고 유연하게 따르는 조주의 비결이 나타난다. 조주가 학인들의 전력을 가리지 않고 권한 뜻과 일치해야 조주가 정성껏 올린 한 잔의 차 맛을 진실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김영욱, ‘화두를 만나다’)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다. 우리 같은 범인으로서는, 차나 한잔 하고 ‘벽암록’을 펴드는 수밖에!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벽암록’은 송대에 원오극근(1063~1135) 스님이 ‘설두송고’를 바탕으로 수행자에게 제창하기 위해 만든 어록으로, 설두 스님의 본칙과 송에 원오 스님의 수시, 평창, 착어가 더해져 1125년에 완성되었다.
원오 스님은 중국 후난성 창더에 있는 협산사에서 ‘벽암록’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전하는 바에 따르면 쏟아지는 졸음을 쫓기 위해 벽암천의 온천수를 길어와 그 위에 찻잎을 띄워 마셨다고 한다. 스님이 일본인 제자에게 남겨주었다는 ‘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도 있지만, 차와 관련된 유명한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조주선사의 ‘끽다거(喫茶去)’ 화두다.
절에 와본 적이 있다는 학인에게도, 와본 적이 없다는 학인에게도, 조주가 한 말은 “차 마시게.”였다. 학인들이 돌아간 후 “어째서 와보았다 해도 차나 마시라 하고, 와본 적이 없다 해도 차나 마시라고 하십니까?”라고 묻는 원주(院主)에게도 조주 스님은 말한다. “자네도 차나 마시게!”
조주 스님은 시종일관 그저 ‘차 마시게.’라는 한마디를 했을 뿐이다. “누구나 매일 마시는 차로써 수월하게 종지를 전하는 방식에 세파의 인연을 귀찮다 하지 않고 유연하게 따르는 조주의 비결이 나타난다. 조주가 학인들의 전력을 가리지 않고 권한 뜻과 일치해야 조주가 정성껏 올린 한 잔의 차 맛을 진실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김영욱, ‘화두를 만나다’)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다. 우리 같은 범인으로서는, 차나 한잔 하고 ‘벽암록’을 펴드는 수밖에!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2010-08-09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