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성분비 바꾸고, 새 생산지 찾고… 맥주·와인 맛있는 이유 있었네[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성분비 바꾸고, 새 생산지 찾고… 맥주·와인 맛있는 이유 있었네[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4-03-27 23:55
업데이트 2024-03-27 23:5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술 향미 높이려 AI·기후 활용
전통주도 과학연구 반영하길

이미지 확대
맥주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 과학자가 맥주를 종류별로 화학 분석하고 있다.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 제공
맥주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 과학자가 맥주를 종류별로 화학 분석하고 있다.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 제공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알코올음료는 뭘까요.

바로 맥주입니다. 그다음으로 증류주, 포도주, 보드카, 위스키 순이라고 합니다. 인류의 시작과 함께한 술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다양한 맛과 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지금도 술의 향미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벨기에 VIB-KU 루뱅 미생물센터, 루뱅 가톨릭대, 루뱅 맥주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인공지능(AI)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맥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기초 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3월 27일자에 실렸습니다.

맥주의 맛과 향은 수많은 화합물과 외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 냅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맥주의 화학 성분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연구팀은 22종 스타일의 상업용 맥주 250개 브랜드에서 200가지 이상의 화학적 특성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맥주 전문가 16명의 시음 프로파일링 데이터, ‘레이트비어’라는 온라인 맥주 평가 데이터베이스 내 18만 건 이상의 자료와 종합했습니다. 맥주의 화학적 특성에 따른 맛과 소비자 평가를 연관시킨 빅 데이터로 AI를 학습시켰습니다.

이렇게 학습한 AI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맥주의 화학적 구성을 찾아냈습니다. 연구팀은 AI가 제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 맥주의 성분과 구성을 바꿨습니다. AI가 제시한 성분비로 만들어진 맥주로 시음 전문가들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보르도대 포도 생태 생리학·기능 유전체학 연구실, 부르고뉴대, 이탈리아 팔레르모대 공동 연구팀은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면 현재 와인 생산 지역의 약 70%에서 포도주 생산이 불가능해진다는 연구 결과를 환경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구·환경 리뷰’ 3월 27일자에 발표했습니다.

기후는 포도 수확량, 수확 시 포도 성분 등을 변화시켜 포도주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대륙별 와인 생산 지역을 기후 조건에 따라 분석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지구 온난화 정도에 따라 현재 전 세계 와인 생산 지역의 49~70%에서 21세기 중·후반부터는 포도주를 내놓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군다나 29%의 지역에서는 폭염이나 극한 가뭄으로 인해 프리미엄 와인 생산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다고 합니다. 특히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캘리포니아 남부 등 전통적인 와인용 포도 재배 지역 90%는 사실상 포도주 생산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대신 현재보다 더 높은 위도에 있는 영국 남부가 새로운 와인 생산지로 부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도 다양한 전통주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K문화 덕분에 한국 술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앞서 본 외국 사례들처럼 한국 술의 품질 향상과 소비자 선호도를 높이기 위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는 되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2024-03-28 21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