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고 통하다] 김병민 서울관광재단 대표
문화·숙박·경험까지 하나로한 번만 와서 그냥 가는 여행 안 돼
다시 찾고 싶은 다양한 경험 중요
외국인들 머리 하러 회원권 구입서울관광재단 ‘올영’ 같은 역할
해방촌 미식·경동시장 한방 체험
25개 자치구들 관광 콘텐츠 연결
골목상권·전통시장까지 온기 확산24시간·365일 ‘축제도시 서울’
소장하고 싶은 관광지도 준비 중
공유차량 업체와 야간 관광 논의
매달 축제·프로그램 선별해 안내“서울에서의 잊지 못할 경험이 가장 가치 있는 서울의 관광상품이자 경쟁력입니다.” 김병민(44)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관광재단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서울 관광의 나아갈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단순히 관광객 숫자를 늘리는 데 집착할 것이 아니라 오래 머물며 일상을 즐기고,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저도 주말이면 아이들과 따릉이를 타고 한강에 가서 농구도 하고 돗자리를 깔고 라면도 먹는다”며 “내가 좋아서 한강을 계속 찾는 것처럼 외국인들에게 서울도 그런 도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난 9월 취임한 김 대표가 내놓은 전략은 ‘연결’이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에 흩어진 축제와 관광 콘텐츠를 하나로 묶고, 교통·숙박·문화·상권을 연결해 외국인 관광객 발길을 서울 전역으로 넓혀보자는 구상이다. 시가 제시한 외래관광객 3000만명 유치, 1인당 지출액 300만원, 평균 체류기간 7일, 재방문율 70%의 ‘3·3·7·7 관광 비전’ 가운데 체류기간과 재방문율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행정가로, 정치인으로 쌓아 올린 인적 네트워크와 경험을 오롯이 서울 관광의 미래에 쏟아붓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지훈 기자
김병민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가 지난달 28일 서울의 핫플레이스인 종로구 익선동 골목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서울 곳곳에 흩어진 관광자원들을 연결해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 머무는 기간을 늘리고 다시 방문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지훈 기자
이지훈 기자
-40대 정무부시장의 다음 선택이 서울관광재단이었다. 왜 그랬나.
“관광은 한마디로 네트워크다. 교통과 문화 콘텐츠, 숙박, 즐거운 경험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어야 하는 산업이다. 2년 가까이 정무부시장으로 일하면서 서울시의 여러 정책을 조율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쌓은 인적 자산과 경험을 가장 활용할 수 있는 곳이 관광재단이라고 생각했다. 그간의 경험을 쏟아붓고 싶다. 취임 이후 한 달 반 동안 재단과 함께 추진한 업무협약(MOU)과 협력 사업만 20건이 넘는다.”
-서울 관광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관광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 번 와서 물건을 사고 돌아가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은 명동에 머리를 하러 와서 회원권까지 끊는다고 한다. 분기마다 찾아오는 단골이 생기는 셈이다. 이런 단골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 그 경제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재단이 제작한 광고에 ‘서울 신드롬’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다(에스파의 카리나·윈터와 라이즈가 출연한 글로벌 캠페인 ‘앱솔루틀리 인 서울’은 공개 한 달 만에 통합 조회수 5억 뷰를 돌파했다). 서울시의 ‘3·3·7·7 관광 비전’ 가운데 집중하고 싶은 대목도 ‘7·7’이다. 체류기간을 늘리고 다시 방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최근 베트남에서 열린 서울관광 설명회에서 서울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전략은.
“베트남에서 항공사 관계자를 만났는데 베트남 관광객들은 4월과 10월에 서울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서울을 봄과 가을에만 방문하기 좋은 도시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겨울에도 서울빛초롱축제와 크리스마스 마켓, 한강 눈썰매장 등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여름에는 한강과 광화문광장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1년 열두 달 언제 와도 즐길 수 있는 ‘축제도시 서울’을 만들고 싶다. 매달 서울에서 즐길 만한 축제와 프로그램을 선별해 외국인 여행사와 관광객에게 체계적으로 안내할 계획이다. 이미 트리니티항공 기내 잡지에 계절별 서울 관광 콘텐츠를 소개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일부 자치구에 집중되고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은 강남·중구·종로·마포·서초구다. 나머지 20개 자치구의 평균 방문 비중은 1% 정도다. 하지만 중랑구 장미축제나 은평구의 진관사, 광진구의 어린이대공원과 건대 주변 등 서울에는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너무 많다. 문제는 서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치구와 미리 협의해 이런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알리고 관광객이 서울 전역으로 퍼져 나가도록 지도를 펼쳐주는 것이 제 역할이다. 새로운 명소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잘 돌아가는 콘텐츠를 엮는 게 더 중요하다.”
-관광객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까지 이끌 복안은.
“서울관광재단이 ‘올리브영’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외국인들이 올리브영을 찾는 것은 다양한 화장품 가운데 믿고 살 만한 상품을 골라놓았기 때문이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재단이 좋은 장소와 프로그램을 선별해 안내하면 관광객도 안심하고 새로운 곳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전통시장에서도 관광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다. 해방촌 신흥시장은 미식 관광지로 매력적이고 경동시장은 한방 체험과 연결할 수 있다. 남대문시장과 협약을 맺고 서울의 축제 행사장에 작은 남대문시장을 만들어 그릇과 스카프 등 인기 상품을 선보이고, 외국인 관광객의 실제 방문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요즘 야간경제 활성화에 진심이다. 야간관광 활성화 전략은 무엇인가.
“밤에 서울을 즐기려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공유차량 업체와 협력해 외국인 관광객이 야간에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관광패스인 ‘디스커버 서울패스’와 연계하려 한다. 현재 디스커버 서울패스는 관광시설 무료 입장과 교통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데, 여기에 야간 공유차량 이용과 결제 기능을 더하려는 것이다.”
-관광재단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텐데.
“그렇다. 관광재단이 서울시와 자치구, 업계에 흩어진 관광자원을 연결하고 관광객에게 안내하는 허브이자 포털이 되려고 한다. ▲환대 ▲이동 편의 ▲24시간 365일 즐길 거리 ▲지역 상생 ▲도시 경쟁력이라는 다섯 가지 방향을 잡았다. 그 일환으로 취임 후 서울 관광지도를 전면 개편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관광객이 기념품으로 소장하고 싶을 만큼 디자인과 정보를 개선한 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국제회의나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외국인들이 그 외 시간에 서울을 관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화제를 바꿔보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 무죄 판결, 어떻게 봤나.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특검 조사를 받았지만 처음부터 무리한 기소였다. 오 시장은 2년 가까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겪었다. 그런 풍파를 이겨내는 경험이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도자는 중요한 순간 결정을 내리고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이다. 어려움을 겪으며 쌓은 경험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김병민에게 21·22대 총선(광진갑) 낙선은 어떤 의미인가.
“낙선은 정치인을 성장시키는 귀한 시간이 될 수 있다. 2020년 처음 총선에 나갔을 때 당선됐다면 국민과 시민을 지금처럼 무겁게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낙선하면서 가장 낮은 곳에서 정치를 경험했고, 내가 무조건 옳다는 생각에 제동을 걸고 스스로 바로잡을 힘을 얻었다. 오 시장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고 그동안 추진한 정책으로 시민의 마음을 얻었다. 그런 정치적 힘이 더 두꺼워진다면 국민의힘도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보수진영의 자원으로 꼽힌다. 언제 정치 영역으로 복귀할 생각인가.
“관광재단에서 보내는 순간순간이 소중하다. 다음 행보를 생각한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마음으로는 10년을 하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정무부시장 갈 때도 2년이나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 다음 자리를 생각하며 일하는 성격이 아니다. 지금은 눈 돌리지 않고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웃음).”
■김병민 대표는
1982년생 서울 출생. 대원고, 경희대 경제통상학부를 졸업했다.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28세에 서초구의회 의원(당시 한나라당)에 당선돼 정계 입문했다.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얼굴을 알린 그는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정강정책 개정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중앙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후보 대변인, 2022년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대변인을 지냈으며 2023년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당선돼 ‘체급’을 키웠다. 2024년 7월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올랐으며, 민선 9기 서울의 정책 청사진을 마련한 ‘G3 서울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9월에는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세줄 요약
- 교통·숙박·문화·상권 연결 전략 제시
- 사계절 축제도시 서울 구상과 재방문 확대
- 전통시장·골목상권까지 관광 효과 확산
2026-11-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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