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울산에서 두 자매를 무참히 살해한 김홍일이 산속에서 검거된 뒤 울산 중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2012. 9. 13 뉴시스
2012년 7월 20일 오전 3시 12분, 울산 중구 성남동의 한 다세대 주택. 열대야의 끈적한 공기가 마을을 덮고 있던 시각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움직였다. 그의 이름은 김홍일(당시 27세). 그는 며칠 전부터 치밀하게 살인을 설계했다. 스마트폰으로 ‘주방용 칼 파는 곳’, ‘울산 총 구할 수 있는 곳’, ‘불붙는 기름’ 등을 검색하며 살의를 다졌고 마트에서 33cm 길이의 흉기를 구입해 차 뒷좌석에 던져두었다. 그는 자매의 부모가 운영하는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들과 면식을 텄던 인물이었기에 그 집의 구조와 부모가 집을 비우는 시간대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사건관련 AI 생성이미지
가스 배관을 탄 악마…두 번의 침입과 절규김씨는 빌라 외벽에 붙은 가스 배관을 움켜쥐었다. 한 발 한 발 소리 없이 벽을 타고 올라간 그는 2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거실로 침입했다. 거실 침대에는 23세인 동생이 잠들어 있었다. 김씨는 주저 없이 흉기를 휘둘러 동생을 두 차례 찔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에서 자고 있던 27세 언니가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왔다. 당황한 그는 그대로 베란다에서 1층으로 뛰어내려 도주했다.
하지만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1층으로 내려온 김씨는 언니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시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갔다. 그 사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동생을 본 언니는 온몸을 떨며 119에 구조 요청을 하고 있었다.
“동생이 피를 흘리고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언니의 절규가 119 상황실에 녹음되던 순간 다시 거실로 들이닥친 김씨는 언니를 무참히 공격했다. 언니는 안방으로 도망치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그는 언니의 목과 가슴을 총 12회 이상 난자했다.
범행 현장에는 “가라”라는 그의 차가운 마지막 말만이 남았다. 첫 침입부터 두 자매를 살해하고 다시 밖으로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 20초였다.
울산자매 살인사건 용의자 김홍일 수배전단
사라진 7분과 50일간의 산중 은신현장 대응에는 뼈아픈 공백이 있었다. 언니의 119 신고 전화가 울부짖음과 함께 끊겼을 때 소방과 경찰의 통합 시스템 부재로 인해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약 7~8분의 시간이 지체됐다. 그 짧은 틈을 타 김씨는 자신의 모닝 차량을 몰고 사라졌다.
경찰은 CCTV를 통해 범인의 인상착의를 확인했고 피해자 부모는 영상을 보자마자 자신들의 가게에서 일했던 청년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하지만 그는 이미 울산을 벗어나 강원 원주, 경북 칠곡을 거쳐 부산 기장군으로 도주한 상태였다. 7월 24일, 부산 기장군의 한 대학교 주차장에서 버려진 모닝 차량이 발견됐고, 경찰은 인근 산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김씨는 자신이 다녔던 대학 근처의 지리에 밝았다. 그는 헬기와 수색견, 수천 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된 포위망 속에서도 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교묘히 수색대를 피했다. 그는 50여 일 동안 산속에서 버텼다.
그의 생존 방식은 기괴할 정도로 처절했다. 인근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을 위해 마련해둔 아이스박스를 뒤져 캔커피 36개와 생수 31통을 훔쳐 먹으며 연명했다.
9월 13일 영지버섯을 채취하러 산에 올랐던 한 주민이 마대 자루를 뒤집어쓰고 누워 자고 있던 그를 발견해 신고하면서 길었던 도주극은 마침표를 찍었다. 검거 당시 그는 산속 생활로 인해 피부병이 번지고 초췌한 모습이었으나, “잡히고 나니 홀가분하다”라는 뻔뻔한 반응을 보였다.
‘연인’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스토커의 집착사건 초기 김씨는 “3년간 교제하던 언니가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해 홧김에 범행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이는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는 피해자 언니에게 일방적으로 집착하던 스토커였다.
주변 지인들은 “둘은 결코 깊은 사이가 아니었으며, 남자가 일방적으로 구애하던 관계였다”라고 증언했다. 김씨는 평소 내성적이고 사교성이 전혀 없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성향을 보였으며 오직 온라인 공간과 SNS를 통해서만 자신의 일그러진 욕망을 표출했다. 그는 피해자 언니의 통화 목록을 감시하고 집요하게 문자를 보내는 등 전형적인 스토킹 행태를 보였고, 거절당하자 이를 ‘배신’으로 규정하고 살인을 계획했다.
자매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홍일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연기된 13년 5월 1일 피해자 유족이 부산법원청사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의 분통을 산 심판…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법정에서의 태도는 더욱 공분을 샀다. 그는 유치장에서 “술, 담배, 여자를 못 하니 무기징역은 피하고 싶다”라거나 “20년쯤 살면 가석방될 텐데 그때 스마트폰이 얼마나 발달해 있을지 궁금하다”라는 철면피 같은 소리를 내뱉었다.
2013년 1월, 1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판결문 외에 소회까지 밝히며 김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어디에도 진심으로 참회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살길을 추구하는 가족 이기주의만 보인다”라고 꾸짖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으며 사회 경력과 나이로 보아 교화 가능성이 있다”라는 이유로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 대법원 역시 이 판결을 확정했다. 두 딸을 한꺼번에 잃은 부모는 범인을 사형시켜달라며 전국을 돌며 30만 명의 서명을 받았으나 법의 잣대는 유족들의 피눈물을 닦아주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울산 자매 살인사건은 범죄자가 남긴 물리적 흔적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시스템적 허점을 극명하게 남겼다. 119와 112의 통합 대응 체계 부재, 스토킹 범죄에 대한 안일한 인식, 그리고 가해자의 ‘교화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양형 기준까지.
사건이 발생한 지 10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남겨진 가족들은 여전히 가슴 속에 딸들을 묻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Q.
기사를 끝까지 읽으셨나요? 이제 AI 퀴즈로 기사의 핵심 내용을 점검해보세요.
김홍일과 피해자 언니의 실제 관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