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줄이고 규정 없애니… 막막하던 서울 창업, 창창하게 업업 [규제 철폐 현장을 가다]

서류 줄이고 규정 없애니… 막막하던 서울 창업, 창창하게 업업 [규제 철폐 현장을 가다]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25-03-07 02:06
수정 2025-03-07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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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입주 절차 간소화된 창업지원

법률이나 시행령 속 ‘한 줄 규제’는 때때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연상하게 한다. 침대보다 긴 다리는 잘려 나간다는 신화 속 잔혹한 이야기처럼 시민들은 규제에 자신의 키를 맞추느라 불편을 감수하고, 이러한 사례가 하나씩 모여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갉아먹는다. 지난 1월 3일 ‘규제 철폐 100일 신고제’를 가동하며 새해 시정을 시작한 서울시 ‘규제와의 전쟁’이 60여일이 지나 반환점을 돌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이같은 규제 철폐가 어떻게 민생 현장을 바꾸고 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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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하 창업지원시설인 서울창업디딤터가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IR 로드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창업디딤터 제공
서울시 산하 창업지원시설인 서울창업디딤터가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IR 로드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창업디딤터 제공


●20억 규정 없애 연구·투자 활성화

“이제 창업 기업들을 ‘고객’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동북권 창업지원시설인 서울창업디딤터에서 만난 이병우 센터장은 창업 기업들을 위한 서울시의 규제 철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센터장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창업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시는 규제 철폐안 제21호로 창업지원시설 입주 기업이 제출하는 주요 서류를 간소화하고, 매출이나 투자 유치액 20억원을 넘어선 창업 3년 미만 기업은 시설에 입주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폐지 했다.

”서울시에는 약 23개의 창업지원시설이 있는데 그동안에는 각 기관이 요구하는 서류 등이 제각각이었다. 젊은 창업가들로서는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행정적 혼선을 경험하며 경제 생태계에서 가장 낮은 ‘을’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서류 준비하느라 많게는 2주가량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를 간소화하면 기업인들로서는 자기 비즈니스에 좀더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시설마다 양식이 달라 매번 새로 작성해야 하는 불편도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창업 기업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마다 관례적으로 ‘매출·투자 유치액이 20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서울시는 올해부터 이같은 규정을 전격 폐지했다. 초격차 기술을 선도하는 딥테크(심층기술) 기업의 경우 창업 초기에 큰 액수의 펀드를 받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같은 ‘20억원 규정’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센터장은 “스타트업은 한번 투자를 받았더라도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매출과 투자 여부로 입주를 제한하는 항목에 개선이 필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모집 공고를 보고 연락해 온 기업들에 ‘매출이 커서 입주가 어렵다’고 답변할 때마다 많이 아쉬웠다”며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중관춘에서 매출액으로 지원 여부를 정한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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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서울창업디딤터 센터장
이병우 서울창업디딤터 센터장


●“입주 기간 최소 3년으로 늘려야”

이 센터장은 더불어 ‘입주 기간 2년’ 규정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의 규제 철폐가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그는 “스타트업들에 2년은 이제 막 시제품을 개발하는 단계가 되는데, 이 시점에 시설에서 나가라고 하면 또다시 방황하게 된다”며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최소 3년 정도는 입주를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2년 규정 때문에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전한 기업들도 실제로 적지 않다”며 “다행히 서울시 경제실이 입주 기간 연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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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8개 기업이 입주하고 있는 서울창업디딤터는 한결 가벼워진 기준에 따라 올해 하반기 입주 기업을 모집한다. 이 센터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내 혁신 기업들이 규제에 가로막혀 성장하지 못하고 해외로 이전하고 있다”며 “신기술·신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2025-03-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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