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주 “아파트 임대료 마음대로 못 올린다”… 한국은 30년째 탁상공론

美 뉴욕주 “아파트 임대료 마음대로 못 올린다”… 한국은 30년째 탁상공론

한준규 기자
입력 2019-07-21 22:30
수정 2019-07-22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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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상한선 1.5% 이상 인상 금지

‘세입자 보호법’ 시행… 100만여가구 해당
폭등 주원인 ‘렌트 인상 혜택제도’ 없애


韓 ‘인상 상한 연 5%’ 개정안 국회 낮잠
독일 평균 12.8년 거주…한국은 약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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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주상복합빌딩 등 도시 곳곳에 개발이 한창인 미국 뉴욕의 모습.
각종 주상복합빌딩 등 도시 곳곳에 개발이 한창인 미국 뉴욕의 모습.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 뉴욕이라고 아파트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는 10월부터 뉴욕주는 1.5%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세입자와 주택 소유자 각각 2명, 시 관계자와 전문가 5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 관련 위원회가 수십 년째 매년 임대료 상한선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 규제를 받는 1974년 이전에 지어진 뉴욕시의 아파트는 전체 240여만 가구 중 100여만 가구에 달한다. 2017년 기준 이들 아파트의 월평균 임대료는 1269달러(약 154만원)다. 이를 토대로 1.5% 인상률을 환산하면 한 달 평균 19달러(약 2만 2000원)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또 뉴욕주는 지난달 세입자 보호를 위해 아파트 임대료 인상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2019 주택 안정 및 세입자 보호법’을 통과시켰다. 통과 직후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곧바로 관련 법안에 서명하면서 “이 법안은 가장 강력한 개혁 패키지이자 뉴욕 전역의 세입자들을 위해 진일보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뉴욕주의 ‘2019 주택 안정 및 세입자 보호법’은 렌트규제법 영구화와 세입자 소득에 따른 임대료 규제 해지 폐지, 빈집 자유 임대료제도 폐지, 신규 임대 시 렌트 인상 혜택 제도 폐지 등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고 아파트 집주인들의 집세 인상과 세입자에 대한 강제퇴거를 어렵게 하는 게 주요 골자다.

특히 기존 세입자가 퇴거하고 신규 세입자로 교체될 때 아파트 임대료를 최고 20%까지 올릴 수 있었던 ‘렌트 인상 혜택 제도’를 없애기로 한 게 특징이다. 이 제도는 그간 뉴욕 아파트 임대료 폭등의 주원인으로 꼽혀 왔다.

아파트 임대료 규제는 미국 내 다른 주로 확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5월 주의회에서 주 차원의 임대료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조지아주도 지난 3월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상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임차인들을 집주인이 쫓아내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오리건주는 지난 2월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주 차원에서 연간 아파트 임대료 증가율을 ‘7%+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로 무장된 미국도 어려운 세입자 보호를 위한 강제 법을 엄격하게 시행 중인데 한국은 어떤가. 30년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여전히 탁상공론 중이다.

한국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989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인상률도 5%로 제한한 후 30년 동안 발이 묶여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허점이 많다. 2년 계약기간이 지나면 임대인이 얼마든지 전세금이나 월세를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전세 계약 2년 뒤 수천만원의 인상 요구에 ‘전세 난민’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민간임대주택 비율이 한국과 비슷한 독일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은 12년 8개월이지만 한국은 약 3년밖에 안 된다. 무주택 가구 중 거주기간이 2년 이내인 비율은 36%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 국회는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 현행 2년인 계약갱신 기간을 4년 또는 8년, 10년까지 늘리고 임대료 인상 상한을 연 5% 내로 제한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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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워싱턴·뉴욕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9-07-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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