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대한민국 돈봉투] 촌지 사라지고 찬조금·야자비 ‘불편한 성의’

[커버스토리-대한민국 돈봉투] 촌지 사라지고 찬조금·야자비 ‘불편한 성의’

입력 2012-01-14 00:00
수정 201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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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촌지는

교육계의 뿌리 깊은 악습으로 여겨졌던 촌지 수수 관행이 최근 학교 현장의 자정노력과 단속 강화 등으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여전히 촌지를 일종의 ‘성의’라고 여겨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 등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촌지 관행을 뿌리 뽑으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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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들은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를 전하며 “촌지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20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는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안모(46·여)씨는 “스승의 날이나 명절 때 화장품 등 선물이나 먹거리를 보내 주는 학부모는 있지만 돈이나 상품권을 주는 관행은 사라졌다.”면서 “요새는 학교 지침상 음료수 한 병도 받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선물이라도 학생을 통해 돌려보내고 확인 문자까지 보낸다.”고 말했다.

각 시·도 교육청들도 ‘촌지 신고 포상금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촌지를 제도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3만원 이상의 금전·선물·향응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을 강화해 ‘3만원 미만의 선물이라도 여러 차례 받았다면 이를 합산해 촌지로 판단할 것’이라는 지침을 내놨다. 강원도교육청은 비위 행위가 적발되는 즉시 당사자에 정직 등 중징계를 내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고 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공정택 서울교육감 비리 사태 이후로 교육계 비리 문제에 대해 많은 대책과 노력이 있었다.”면서 “과거에 비하면 촌지에 대한 학부모, 교사들의 의식이 많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면서 수수 행태가 보다 은밀해졌을 뿐 여전히 촌지 관행이 살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무실 등 공공 장소에서 노골적으로 주고받는 돈 봉투나 선물 등은 사라졌지만 대신 모바일 상품권이나 고가의 명품 선물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에는 경기도 분당의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학부모 12명으로부터 수차례 현금과 루이비통 가방, 버버리 지갑 등 총 2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해 1학년 담임을 맡았던 교사 이모(28·여)씨는 “학기 초에 한 학부모가 보내온 선물상자를 열어 보니 50만원 정도 하는 고가의 신발이 들어 있어 깜짝 놀랐다.”면서 “학생을 데리러 나온 어머니를 만나 돌려줬지만 그 순간 서로 민망해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손충모 전교조 대변인은 “예전에 비하면 촌지 등 금품수수 관행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고등학교 학부모회의 불법 찬조금, 야간자율학습비 등 금품 제공이 일부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관행이라고 여겨 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촌지·향응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샘이나·신진호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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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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