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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미혼모에게 ‘마더 박스’… ‘혼자 아니다’라는 격려 전하는 게 중요

청소년 미혼모에게 ‘마더 박스’… ‘혼자 아니다’라는 격려 전하는 게 중요

김정화 기자
입력 2019-05-19 22:14
업데이트 2019-05-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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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무총장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4·끝> 청소년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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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무총장
이수경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무총장
“대부분에겐 축복인 임신·출산이 청소년에겐 ‘장애물’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한 어린 부모에게 ‘우리가 여기 있어. 도와줄게’ 격려를 보내는 게 중요하죠.”

서울신문과 ‘열여덟 부모 벼랑 끝에 서다’ 시리즈를 함께 기획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이수경 사무총장은 19일 서울 중구 어린이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린 부모는 비난을 두려워해 모든 사회적 관계를 잃고 고립되기 쉽다”면서 “따뜻한 지지를 보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지역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국내에 처음으로 ‘마더 박스’를 도입했다. 마더 박스는 젖병, 아기 띠, 옷가지 등 50만원 상당의 출산·육아 용품으로 채워진 선물 세트다. 지난해까지 총 370명의 미혼모에게 1억 6000여만원이 지원됐다. 핀란드 정부가 1937년부터 영아 사망률을 낮추려고 도입한 ‘엄마 상자’(Maternity Package)에서 따왔다.

이 사무총장은 “마더 박스는 단순히 육아 용품을 주는 게 아니라 소외된 이들에게 보내는 환대의 메시지”라면서 “청소년 부모는 준비 안 된 채로 임신한 경우가 많아 가족과도 단절되고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엄마들이 마더 박스를 받고 ‘혼자가 아니다’는 생각에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한 엄마는 손수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지만, 남들처럼 아이에게 좋은 것만 해 주고 싶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리 아이도 남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도록 키우겠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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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마더박스’를 지원받은 청소년 미혼모 중에는 재단에 손편지로 감사 인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 한 엄마는 편지에서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지만, 아이에게 좋은 것만 해 주고 싶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리 아이도 베푸는 삶을 살도록 키우겠다’고 썼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마더박스’를 지원받은 청소년 미혼모 중에는 재단에 손편지로 감사 인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 한 엄마는 편지에서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지만, 아이에게 좋은 것만 해 주고 싶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리 아이도 베푸는 삶을 살도록 키우겠다’고 썼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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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마더박스’를 지원받은 청소년 미혼모 중에는 재단에 손편지로 감사 인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 한 엄마는 편지에서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지만, 아이에게 좋은 것만 해 주고 싶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리 아이도 베푸는 삶을 살도록 키우겠다’고 썼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마더박스’를 지원받은 청소년 미혼모 중에는 재단에 손편지로 감사 인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 한 엄마는 편지에서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지만, 아이에게 좋은 것만 해 주고 싶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리 아이도 베푸는 삶을 살도록 키우겠다’고 썼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많은 청소년 미혼모를 만나 본 이 사무총장은 아이 양육과 연계한 학업·취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출산하면 성인이 돼도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학업을 마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결국 저소득 단기 일자리로 몰려 양육에 계속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재단은 지난해부터 코레일과 협약을 맺고 미혼모들이 역사 내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도록 돕고 있다. ‘소중한 아이, 당당한 엄마’를 줄여 이름 붙인 일본식 라멘 식당 ‘소당 한 그릇’이 한 예다. 요식업에 관심 있는 미혼모들에게 연간 임대료의 10% 정도만 받으며 자립을 돕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작은 성공의 경험을 계속해서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19-05-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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