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 서울과학고 보건교사
최규영 서울과학고 보건교사
그는 “우리의 성교육은 청소년 성폭행 등 사회문제가 불거질 때만 1~2시간, 그것도 100~200명을 강당에 모아놓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게 전부”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성이라고 하면 성행동, 즉 섹스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청소년들의 편협한 성의식을 들춘 그는 “성은 사회적인 관계일 수도 있고, 개인의 감정이거나 행동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는 ‘성=섹스’라는 고답적인 의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교육이었다. 최 교사는 “나의 성적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려면 교사의 일방적인 지시와 주입에서 벗어나 그들과 함께 공감의 교육을 이뤄내야 한다.”면서 “하지만 대학입시에 밀려 성교육이 ‘면피용 교육’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그 어느 교육보다도 성교육은 체계적이어야 하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존 의무 교육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심한 경우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것까지 교육으로 보고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최교사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의식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자신의 성적 욕구와 권리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타인의 성적 욕구와 권리를 이해하고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학생들에게 ‘혼전순결’을 말하면 다들 웃는다.”면서 “굳이 ‘혼전·혼후를 왜 나눠야 하는가.’, ‘그러면 혼후에는 순결이 중요하지 않느냐.’고 따진다. 맞는 말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남녀 간의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의 행동 결과에 대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의 마음도 고려하는 것이 자기 성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임을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의 역할도 가볍지 않다. 최교사는 “부모님들이 ‘내 아이는 다를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아이들더러 공부만 하라고 닦달하다 보니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라면서 “아이들에게 ‘부모 등 가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의지처이자 휴식처라는 생각을 심어주려면 날마다 짧게라도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과 교사, 학교가 어우러져 유기적인 성교육을 이루기 위해서는 학부모에 대한 교육도 중요한데, 실제로는 입시설명회가 유일한 학부모 교육”이라고 꼬집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2011-05-11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