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보안 이렇게 하자] (상) 전문인력 태부족

[사이버 보안 이렇게 하자] (상) 전문인력 태부족

입력 2009-07-13 00:00
수정 2009-07-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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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해커’ 양성해야…세계 최고 실력의 한국 해커 취업 안돼 ‘크래커’ 전락

사이버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분산서비스거부(DDoS) 테러가 잦아들면서 13일은 별다른 혼란 없이 인터넷 접속과 PC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변종 악성코드가 도사리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회에 보안 관련 사람·제도·환경을 확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이버 보안체계 확립 방향을 3회에 걸쳐 싣는다.

“블랙 해커와 화이트 해커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컴퓨팅 기술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범죄자가 될 수도 있고, 보안 전문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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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연구소에서 주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이번 사태 해결에 큰 역할을 한 조주봉(30)씨는 국내 최고 화이트 해커(보안 전문가) 중 한 명이다. 지난 4월 지식경제부가 후원한 국제 해커대회 ‘코드게이트2009’ 결선에서 우승했다. 결승전에서 맞붙은 팀은 세계 최대 해커대회 ‘데프콘’에서 2년 연속 우승했던 미국 해커팀 ‘I@stplace’였다. 조씨는 “해킹은 선과 악으로 명백히 구분된다.”면서 “선의의 목적으로 자신의 기술을 이용할 기회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게 바로 해킹의 세계”라고 말했다.

‘7·7 디도스(DDoS·서비스분산거부) 대란’은 한국의 허약한 인터넷보안 체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컨트롤타워 없는 정부의 대응은 우왕좌왕했고, 국민의 의식도 빈약했다. 무엇보다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했다. 정부는 마냥 민간 보안업체만 바라봤다.

방송통신위원회 황철증 네트워크국장은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했다. 제 아무리 복잡한 해킹도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걸 막는 것 또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바빴던 이들은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소속 보안 전문가들이다. 공격의 방법을 규명하는 것도, 악성코드에 감염된 ‘좀비 PC’를 찾아내 분석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KISA에는 칭찬보다 비난이 쏟아졌다. 대응이 늦었고, 해결책 제시도 민간업체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KISA 관계자는 “보안 업무 담당자 40명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이라고 한탄했다.

한국 젊은이들의 해킹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달 말 미국에서 열리는 ‘데프콘’ 결선 진출 10개팀 중 3개가 한국팀이다. 대학의 보안동아리 활동도 꽤 활발하다.

하지만 이들을 보안 전문가로 양성하는 정부 기관은 없다. 매년 해킹대회 1~2개를 주최하는 게 고작이다.

행정안전부가 올 초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695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기관에서 정보보호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은 기관당 평균 0.7명이었다. 전문인력이 한 명도 없는 기관은 67.5%였다. 정부가 보안에 신경을 안 쓰니 전문가들은 기업에 눈을 돌리고, 이마저 여의치 않자 블랙해커의 길을 가는 것이다. 한국정보보호학회 김광조(KAIST 교수) 회장은 “정부, 기업, 대학 모두 보안전문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만 사이버 전쟁에서 승리할 길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어 클릭]

●화이트 해커 악의로 인터넷 시스템을 파괴하는 해커(블랙 해커·크래커)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선의의 해커다. 네트워크에 침입하지만 취약한 보안 시스템을 발견해 관리자에게 제보함으로써 블랙해커의 공격을 예방하거나 퇴치한다. 요즘은 민·관에서 활동하는 보안 전문가들을 통칭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9-07-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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